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들을 재판하는 소년부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에서 소년들은 살인부터 시험지 유출, 무면허 교통사고, 성폭행 등 다양한 이유로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김혜수)의 앞에 선다. 4년간 전국 각지의 소년원과 청소년 회복센터, 지방법원을 오가며 50~60명을 취재한 김민석 작가는 현실을 드라마에 적극 반영했다. 드라마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현실에선 어떻게 적용되는지 들여다봤다.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드라마에서 : 1회에서 백성우(이연)는 직접 흉기를 들고 경찰서로 걸어가 자백한다. 재판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등 겁먹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던 백성우는 촉법소년 연령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만 13세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저지른 것처럼.
현실에서 : 만 10~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는 1953년 마련된 기준으로 현실과 맞지 않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도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처벌 강화보다 교육과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권위는 2018년 촉녑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법 개정 움직임에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이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년범을 엄벌에 처하는 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도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 회복 센터는 국가 격리시설이 아닌 100% 일반 가정집이라서 국가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거든요”

드라마에서 : 4회에서 강원중 판사(이성민)은 재판 이후 법정을 나와 돌아가는 복도에서 조금 전 내린 처분을 바꾼다. 사회로부터 분리해 보호하는 시설로 격리하는 6호 처분 대신 청소년 회복 센터로 보내는 1호 처분을 내린다. 보호력 없는 아버지 때문에 중고 사기 범행을 벌인 소년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 생각해서다. 소년이 가게 되는 푸름 청소년 회복 센터를 조사하러 나가는 판사들은 센터가 논산에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현실에서 : 매년 약 3만여 건 소년보호처분 이후 법원 소년부로부터 소년을 위탁받아 분류 심사하는 소년분류심사원은 전국에 1곳 뿐이다. 서울 외 다른 지역은 6개 소년원에서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소년교도소가 1개, 소년원은 전국 10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소년교도소가 7개, 소년원 52개를 운영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처분을 고민했던 6호 보호치료시설은 12개고, 1호 처분에 해당하는 청소년 회복 지원시설은 18개가 운영 중이다. 김민석 작가는 인터뷰에서 “취재를 할수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설 운영의 예산이라던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보호관찰관 한 명당 담당하는 소년이 100명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법관이 진실을 밝히기에는 미제가 너무 많죠. 나는 소년 사건은 속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서 : 9회에서 사건의 진실을 더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심은석 판사에게 나근희 판사(이정은)는 미제 사건 이야기를 꺼낸다. 해당 사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또 속도를 늦출 수 없다며 빠르게 처리하라고 주문한다.
현실에서 : 1회 첫 장면에서 심은석 판사가 언급하는 것처럼 실제로 전국 20여명의 판사들이 매년 3만건이 넘는 소년재판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소년보호 총 처리건수는 3만2179건이었다. 한명의 판사가 매년 1000건이 넘는 사건을 담당하는 꼴이다. 촉법소년 처리건수는 매년 늘어 2017년 7665건에서 지난해 1만1007건으로 증가했다. 소년원 수용률이 높은 것도 문제다. 2018년 주광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년원 수용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소년원의 수용률은 129%에 달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