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두환 경제는 성과" TK 표심 공략에 엇갈린 반응

이재명 "전두환 경제는 성과" TK 표심 공략에 엇갈린 반응

李 "전두환, 능력있는 관료 선별해 경제성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두환 경제 성과 인정'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굳이 안해도 될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주말 동안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해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전두환의 경제 성과를 평가했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경북 김천 소재 추풍령 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전두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씨는 제 인생을 통째로 바꿀만큼 엄청난 역사적 중대 범죄를 저지른 용서 못 할 사람. 지금도 공소시효 등 각종 시효 제도를 폐지해서라도 처벌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삼저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름 능력 있는 관료를 선별해 맡긴 덕분에 어쨌든 경제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인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 즉석연설을 통해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 다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 그래서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12일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가면서 자신의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의 정보화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훌륭한 산업체제를 상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 이어 '박정희·전두환의 경제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종전 입장보다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거부한 바 있다. 

또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전 전 대통령의 사망 시 "내란, 학살의 주범" "애도하기 어렵다"며 조문을 거부했다. 지난 10월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테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해 비판을 받자 이 후보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올 때마다 밟고 간다"고 했다. 

이 후보의 '박정희·전두환 관련 발언'은 중도·보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며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는 이재명, 이분들 얘기만 종합해보면 전씨는 지금이라도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직격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도 "전 전 대통령의 비석까지 밟으며 조롱했던 그 이재명 후보가 맞는지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라며 "말 바꾸기가 일상이 돼버린 이 후보가 이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마저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나섰다"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클리앙, 이재명 갤러리 등 친여 성향의 지지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과 과가 있는데 진영논리에 빠져 이성적 판단을 못한다" "일부만 가지고 왜곡한다" "(이 후보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등 의견을 냈다. 

반면 또 다른 지지자들 사이에선 "호남에 부정적" "전두환 얘기는 완전 실책" "자국민의 피로 일군 경제 성장을 준도환 공이라 의미부여 하지 않았으면" "발언을 좀 신중해줬으면 좋겠다" "굳이 전두환을 넣어서 설화를 자초하나 싶다" "안해도 되는 얘기를 했다" 등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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