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20대인 A씨는 술을 마신 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면 어지럼증 때문에 제대로 서있지 못한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단순히 취기 때문이라고 여겼는데 얼마 전에는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더니 쓰러지기까지 했다. 젊은 나이에 큰 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병원에 갔더니 ‘저혈압’ 진단을 받았다.
‘저혈압(I95)’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2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도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5년~2019년간 저혈압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진료인원은 2015년 2만4946명에서 2019년 3만6024명으로 1만1078명이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9.6%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19년 기준 70대(19.6%)가 가장 많았으나 여성의 경우는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5.3%로 가장 많았고, 20‧30대 환자 수도 6416명에 달했다.
젊은 환자 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대 진료현황을 보면, 2015년 2650명에서 2016년 3511명, 2017년 3663명, 2018년 3970, 2019년 3981명으로 늘었고, 30대는 같은 기간 2046명에서 2327명, 2474명, 2478명, 2435명으로 확인됐다.
저혈압은 수축기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 미만인 경우 진단되며, 무력감, 어지러움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졸도할 수 있다. 혈압이 낮으면 ‘기립성 저혈압’ 발병 위험도 커진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설 때 일시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떨어져 눈앞이 아찔하고 캄캄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박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저혈압 쇼크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다만, 수축기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와 가까우면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중력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고, 아침에 교감신경이 덜 활성화된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뇌혈류량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은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심하면 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젊고 건강한데도 저혈압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다이어트, 저체중, 수분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체액량이 감소하면 혈압이 떨어진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생리로 인해 빈혈이 있거나 다이어트 때문에 잘 안 먹고, 운동을 많이 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저혈압이 올 수 있다”면서 “남자들은 비만하거나 근육질인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고, 드물게 체질적으로 기저혈압이 낮거나 마른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몸이 힘든 경우에도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혈압은 여름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과도한 실외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그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체액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혈압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운 날에는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나가야 할 경우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운동 전후로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저혈압 환자들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이 동반된 경우라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젊은 저혈압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일은 드물다. 어쩌다 한 번씩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거라서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증상이 매일 반복된다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혈압을 높여주는 약물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약도 오래 쓰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있어서 생활습관을 교정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그는 “보통 소변을 본 후, 샤워를 한 후 어지럼증을 느낀다. 체액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줘야 한다”면서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술과 카페인 섭취도 자제해야 한다. 실제로 음주 중 소변을 보고 난 후, 술 마신 다음 날 기절해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식사를 거르지 말고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싱겁게 먹어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낮은 사람들은 간간하게 먹는 것이 좋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만 해도 저혈압 증상을 예방할 수 있지만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자신이 다이어트 하고 있거나 저체중이거나 체액량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도 혈압이 낮다면 심장병이나 당뇨 등의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면서 “최근 젊은 만성질환자들도 늘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검진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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