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는 ‘정의의 사도’? …신상 공개된 고대생 숨져

디지털교도소는 ‘정의의 사도’? …신상 공개된 고대생 숨져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 디지털교도소 캡처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게재된 대학생이 숨졌다. 이와 관련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고려대학교 학생 A씨(20)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세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신상정보가 디지털교도소에 공개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지난 7월 디지털교도소에 A씨의 신상정보가 담긴 글이 올라왔다. ‘고려대학교 OO학과 지인능욕범 OOO'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A씨의 이름과 전화번호, 학교와 학과 등의 신상정보가 모두 포함됐다. ‘지인능욕’은 온라인상에서 아는 사람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유포하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해당 글에는 A씨가 텔레그램상에서 누군가에게 지인 사진을 보내며 합성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텔레그램 채팅창 캡처와 음성파일 등도 공개됐다.

A씨는 디지털교도소에 게재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링크)를 누른 적이 있는데 그 때 휴대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적었다.

A씨의 해명에도 디지털교도소 측은 그의 신상정보를 지우지 않았다. 디지털교도소는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니라는)증거를 제시하면 디지털교도소에서 게시글을 바로 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본인이 정말로 억울하고 해킹을 당한 게 맞다면 몇 개월이나 되는 시간동안 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디지털교도소의 적법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디지털교도소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의도가 어떻든 허가없는 신상정보 공개는 범죄다’, ‘무슨 권리로 개인이 범죄자를 심판하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사이트를 폐쇄해야한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마음대로 유죄를 확정짓는 것이 더 심한 폭력’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디지털교도소를 응원하는 목소리 적지 않다. 네티즌들은 ‘사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이 시대의 영웅’, ‘공익을 위한 사이트지 범죄행위가 아니다’, ‘얼마나 사법부가 솜방망이 처벌이면 이런 사이트가 있겠냐’, ‘디지털교도소가 생기기 전에 정부에서 n번방 가해자들 등 범죄자들 신상을 미리 공개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디지털교도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안원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교도소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범죄자 신상공개는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면서 “범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웹사이트에 공개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계획한 범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시민 역시 범죄자가 누군지 안다고 해서 범죄를 당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라면서 “범죄를 막기 위한 도구가 되지 않으면서 국가의 법질서에 따라 공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람직한 행동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 일부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현재 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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