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들춰보기] '선택과 집중' 확실한 '바람: 연'… 추억의 힘으로 다시 한 번?

[게임 들춰보기] '선택과 집중' 확실한 '바람: 연'… 추억의 힘으로 다시 한 번?

김진 만화가의 일러스트가 그래로 사용된 '바람의 나라 :연' 오프닝 화면.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넥슨이 또 한 번 자사 IP(지적재산권)의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15일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이식한 '바람의 나라:연(바람:연)'을 출시했다. '바람의 나라'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게임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1996년 출시된 이 게임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정식 서비스 중이다. 

올해로 서비스 24주년을 맞은 '바람의 나라'는 지금의 넥슨을 만든 개국공신이다. '바람의나라'는 1999년 동시접속자수 12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 기준 누적 가입자수 2600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채팅으로 아이템 판매가 가능한 MUD시스템을 재현했다.


▶ 리메이크보단 사실상 리마스터…원작 계승 충실

'바람:연'은 리메이크보다는 리마스터에 가까운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의 강화, 요일별 레이드 던전 추가 등 모바일 게임에 특화된 요소가 추가되긴 했지만, 원작 특유의 도트 2D그래픽, 옛날 그대로의 BGM은 모바일에 그대로 이식됐다. 

개인적으로 2D 그래픽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IP 기반 리메이크 작은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2D를 3D로 바꾸는 등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람:연'은 특유의 4방향 조작과 도트 그래픽을 그대로 유지했다. 만약 이 게임이 2D 조작과 도트 그래픽을 버렸다면, 원작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져 지금 같은 열풍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휙휙’ 소리가 나는 ‘바람의 나라’ 특유의 타격감이 여전한 것도 만족스러웠다. 기자는 도사를 키워서 기본공격을 많이 사용하는 일은 없었지만, 전적 전에 초보자 사냥터에서 목도를 들고 토끼와 다람쥐를 사냥할 때의 타격감은 원작과 매우 흡사했다.

고즈넉한 밤의 국내성.


낮과 밤이 따로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낮 시간대 국내성이 활기찬 모습이라면, 어둑어둑하졌을 때의 국내성은 고즈넉한 정취를 물씬 풍긴다.  

원작과 같이 MUD(multiuser dungeon)게임의 문법을 따랐다는 점도 추억을 자극했다. 유저의 채팅이 일종의 명령어가 되는 구조의 MUD게임은 1990년대 초반 유행했다. PC버전 '바람의 나라'에서는 '~산다'/~판다' 등의 명령어로 NPC에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확인해보니 '바람:연' 역시 이 시스템을 계승했다. 국내성 주모 '왈숙네' 앞에서 "도토리 다판다"라고 채팅을 하니 몇 전을 받았다고 반응하는 것이 확인됐다.

직업 역시 서비스 초창기 전사·도적·주술사·도사 등 4종으로 구성됐다. 모르고 있는 유저도 많지만, 초기 네 직업 이후 원작에는 궁사·천인·마도사·영술사·차사까지 5종의 직업이 추가됐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차사의 경우 2018년 8월에 업데이트됐다. 만약 9종의 직업이 모두 추가됐다면 초기 4종의 직업을 디폴트값으로 알고 있는 유저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람의 나라:연'의 던전 시스템.


▶ '바람의 나라' 아닌 '주술의 나라'?… 직업 밸런스 조절 시급

매출순위 등 수치적 지표를 볼 때 '바람:연'은 초반부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인게임적인 측면에서는 몇몇 부분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많은 유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직업 간의 밸런스조절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기자는 정식 서비스 첫날부터 지인과 함께 호동서버에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지인은 “MMORPG는 무조건 몰이사냥을 해야한다”며 주술사를 골랐다. 반면 기자는 무과금에게 최고의 직업은 힐러라고 생각해 도사를 선택했다. 지인이 주술사를 같이 키우자며 꼬드겼지만, 기자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때 지인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4개의 직업 가운데 주술사는 현재 유저 사이에서 소위 'OP(Over Power)'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과금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도깨비굴' 등 레이드 던전을 돌 때도 사냥속도가 다른 직업보다 월등히 빠르다. 기자의 지인 역시 빠르게 솔로플레이를 하며 벌써 70레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헬파이어'까지 배운다면 레벨업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눈물나는 도사의 초반 저렙 솔로 사냥.

도사는 초반 솔로 플레이 시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후반부 고렙 존을 바라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파티 플레이보다 혼자 사냥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도사를 선택하는 것을 재고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MMORPG에서 버퍼와 힐러 계통의 직업군이 솔로 플레이가 어려운 것처럼 '바람:연'의 도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기자가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한마디로 혼자 사냥하기에는 데미지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분명 커뮤니티 공략글을 봤을 때 다른 직업은 60~70까지도 솔로 플레이로 쉽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도사는 30레벨부터 고비가 온다. 70 이후부터는 도사를 모셔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뉴비에게는 너무나 아득하다.

전사와 도적을 선택한 유저들의 불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레이드 던전의 경우 딜량이 많은 순으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템 수집에도 근거리 딜러들이 불리한 상황이다. 

도적의 시그니처 비영승보.


전사의 경우 60레벨까지 우월한 사냥능력으로 빠르게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솔로 플레이는 부담스럽고, 파티 플레이 시에는 탱킹과 딜링 어느 한쪽에도 특출난 부분이 없어 애매해진다는 유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파티사냥 시 도적보다는 채용률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이 위안점이다. 최근 '바람:연' 커뮤니티에는 ‘전사의 현실’ 사진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 속 전사는 ‘폭쥐굴’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입구를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웃픈 상황에 놓여있다. 애매하게 딜하지 말고 ‘주술사님’이 편하게 데미지를 넣을 수 있도록 보초나 서라는 것이다.

다수의 도적 유저들은 그런 전사에게 “그래도 파티는 껴주네”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적은 강력한 데미지와 화려한 플레이로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파티사냥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미지 딜링적인 측면에서는 주술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탱킹적 측면에서는 전사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PvP를 즐기는 유저에게 도적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금은 착하지 않다.


▶ 외형은 옛 감성이지만… 과금 유도는 최신식?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바람:연'이지만 과금 부분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과금 요소는 무겁게 느껴진다. 우선 ‘환수 뽑기’ 1회에 필요한 붉은 보석은 120개다. 붉은 보석 141개는 3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환수 뽑기’ 10회에 필요한 금액은 대략 3만원인 셈이다. 

환수는 총 3종이 있다. 소환사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수호환수’,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탑승환수’, 일정시간 변신해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변신환수’으로 나뉘는데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세 환수가 모두 필요하다. 여기에 변신환수는 다른 환수보다 획득 확률이 낮다. 운이 좋다면 적은 돈으로 환수를 마련할 수 있지만, 여타 모바일 MMORPG의 뽑기가 그렇듯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70이상부터는 과금을 통한 고급 아이템 구매가 일정부분 강요된다. 각종 버프를 받기 위해선 매달 5만~6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초반까지는 무과금으로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술사를 키우고 있는 기자의 지인도 레벨이 높아져서 결국 3만원 상당의 ‘시준패수’ 아이템을 구매했다.

MMORPG의 BM(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생각하면 게임에 과금을 한 플레이어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바람:연'에서는 둘 사이의 격차가 제법 큰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몬스터를 죽이면 업데이트되는 도감으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면 무과금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같은 몬스터라도 사냥터 내 여러 맵 마다 도감이 따로 있고, 성장 속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옛날 감성을 유지하면서 업데이트만 지속된다면 '바람의 나라:연'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추억만으로 장기 흥행은 한계… 지속적 업데이트 필요해

총평을 하자면 '바람:연'은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게임이다. 1020 신규 유입유저를 노리기보단 과거 PC버전을 즐기고 어느정도 경제력이 있는 3040유저의 추억을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2D 도트 그래픽, 옛날 BGM도 이런 부분의 일환일 것이다. 기자 역시 어린 시절 친구를 다시 만난 것과 같은 반가움을 느꼈다.

다만 추억보정이 사라지는 순간 올드 유저의 이탈도 급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금 요소가 무겁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무과금 유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유저들의 지적은 수용하되 특유의 클래식한 레트로 감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한다면, '바람:연'은 넥슨의 또 하나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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