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말을 배우는 시기인 3~5세 아이의 경우 보통 가정에서 부모와의 정서적인 관계를 통해 모국어를 습득하게 된다. 이 시기에 여러 언어를 한꺼번에 교육시킬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언어 장애 뿐 아니라 정서 장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2016년, 김은영)에 따르면, 5세 이하 영유아의 과다한 사교육은 아이의 사회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사교육 수가 증가할수록 비행, 공격성 등 외현적 문제행동과 위축, 우울, 불안 등의 내재적 문제 행동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인지 능력 습득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3~5세에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한꺼번에 교육시키는 것은 오히려 뇌를 혼란시켜 언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부모가 아이의 말더듬 증상을 지적하고 혼낼 경우, 아이가 말하기에 대한 공포감과 심리적 부담감으로 말더듬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언어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무리한 다언어 조기 교육으로 인한 말더듬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성인 말더듬 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다언어 조기교육, 인지 기능 혼란 일으켜 말더듬증 부작용 주의
유소아 말더듬증은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나아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언어 발달이 시작되는 3~5세 나이에 무리한 다언어 조기 교육 부작용으로 생기는 말더듬증은 발음 이상 등 언어 장애 뿐 아니라 정서 및 행동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필요하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는 3~5세 나이는 아직 뇌의 인지 기능과 학습기능이 촘촘히 발달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인데, 무리한 다언어 학습을 부모가 강요할 경우 아이의 뇌에 인지 과부하와 함께 발음 혼란으로 인한 말더듬증 등 의사소통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울 경우, 한국어와 달리 영어의 자음은 성대가 떨리면서 나는 소리인 유성음이 많고 조음위치와 조음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아직 한국어의 음운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3~5세 아이는 한국식의 발음을 해야 할 때 영어식의 발음을 한다거나 반대로 발음하는 등 실수를 하게 되는데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말을 더듬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말더듬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가정에서 부모의 지적이나 훈계로 말더듬을 인식하면 심리적인 위축감으로 인해 말더듬 증상이 더 심해지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서장애 문제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이가 말 하려고 할 때 ▲가볍게 입술을 떨거나 얼굴 근육이 경직되는 경우 ▲말이 막히면 소리지르는 경우 ▲말을 할 때 시선을 딴 데로 돌리는 경우 ▲머리 만지기, 양손 비비기 등의 부수적 행동을 보일 경우 말하기에 대한 불안 증세로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아이 말더듬증, 치료 늦어지면 성인 말더듬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이의 말더듬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발달 상태를 고려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5세는 뇌건강을 위해 무리한 다언어 조기 교육 보다는 보고 듣고 만지는 놀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안철민 원장은 “보통 6세~12세 때 언어를 이해하고 말을 하는 기능인 뇌의 측두엽이 활발하게 발달하므로, 다언어 학습은 3~5세 보다는 6세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아이와 언어 접촉이 많은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말을 더듬는 아이라면, 우선 아이가 말을 다 끝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고, 천천히 쉬운 단어로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또 부모와의 정서 교감을 통한 의사소통활동으로 책 따라 읽기, 노래 부르기 등 자연스럽게 유창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의 말더듬 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 병원을 찾아가 상담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 시기가 늦어질 경우 보통 수 개월이 걸리는 말더듬증 치료가 1년 이상으로 장기화되고 성인 말더듬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민 원장은 ”말더듬증이 있다면 먼저 후두내시경 검사를 통해 성대외관상 문제가 있는지 검사가 필요하다”며 “발음할 때 혀의 정확한 위치와 발음상태를 파악하고 말하는 속도나 호흡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본 후 이를 개선하는 언어 재활 치료를 통해 말더듬증이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