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방탄소년단 뷔, 팬서비스와 무례함 사이에서

[새우젓의 시선] 방탄소년단 뷔, 팬서비스와 무례함 사이에서

[쿠키뉴스=인세현] 무대 위 아이돌이 무대를 내려와 팬과 눈을 맞추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앨범 사인회다. 아이돌 사인회는 단순히 사인을 받는 자리를 탈피한지 오래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사인회에서 다양한 팬서비스를 선보이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사인회 참여 경쟁률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팬들은 사인을 받는 짧은 순간을 위해 수 십장의 앨범을 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인회의 팬서비스가 앨범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의 사인회에서 매우 독특한 팬서비스가 이뤄졌다. 멤버 뷔가 자신에게 사인을 받고 있는 팬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 잡아 흔든 것. 한 팬이 이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게재했고 영상의 당사자도 등장했다. 뷔에게 독특한 팬서비스를 받은 팬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진짜 창피했다’, ‘멘탈 엄청 털렸다’라는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이 상호합의 아래 벌어진 일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당사자가 밝힌 사실에 의하면 뷔가 독특한 팬서비스를 해준 이유는 팬이 반말로 말을 걸었기 때문. 해당 팬은 ‘멤버에게 머리채 잡혀보는 것도 색다르고 재밌는 것 같다’는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팬의 계정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이 독특한 팬서비스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아이돌 팬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타인의 머리카락을 쥐고 흔드는 행위는 보통 친한 관계에서 칠 수 있는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행위를 과연 짓궂은 장난으로 위장한 팬서비스로 치부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상호 합의되지 않은 신체접촉은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

논란이 커지자 뷔에게 머리카락을 잡힌 팬은 ‘방탄소년단의 오랜 팬이며, 뷔와 오래 봐왔고 장난도 잘 치는 사이다. 특히 저 날은 오랜만에 가서 더 반가운 마음에 저런 장난을 친 것 같다’며 ‘머리채를 잡았다는 표현도 옳지 않다. 실제로는 머리를 들어 올린 정도였다. 고개를 숙인 이유도 아파서가 아닌 그 상황이 민망했기 때문이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일부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팬사인회는 원래 신체접촉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영상의 상황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불똥은 애꿎은 곳으로 튀었다. 영상 안 뷔의 행위에 관해 ‘팬의 머리채를 잡았다’고 표현한 타 그룹 팬에게 방탄소년단 팬들이 사과를 요청하고 나선 것. 결국 ‘머리채를 잡았다’라고 표현한 미성년자 팬은 ‘제가 속한 팬덤과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팬덤 싸움을 일으킬 수 있는 경솔한 발언과 글을 올린 점 다시 사과드린다’는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의 중심이 ‘사인회에서 팬의 머리카락을 쥐고 흔든 아이돌’에서 ‘타 아이돌 팬의 견제’로 뒤틀린 것이다.

팬은 몇 초간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사인회에 간다. 아이돌은 사인회에 찾아오는 팬을 위해 사인이 담긴 앨범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의 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팬과 아이돌 간에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는 것이다. 팬이 돈을 들여 사인회에 가서 무릎을 꿇고 “빨리 넘어가라”는 윽박을 들으며 사인을 받는 것은 사전 동의 없이 누군가 나의 신체 일부를 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다. 

행위 주체자를 뒤집어도 마찬가지다. 팬이 돈을 지불하고 사인회에 갔다는 이유로 아이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듯, 아이돌도 팬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팬의 신체를 일방적으로 만질 수는 없다. 서비스 이전에 예의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영상에서 뷔의 옆 자리에 앉은 멤버 진은 뷔가 팬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자 이를 제지한다. 이는 뷔의 행위가 타인이 보기에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현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온라인 상에 뷔가 최근 팬사인회에서 사인회를 진행하는 책상에 맨 발을 올리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팬들은 그 책상 앞에 몇 분 간 앉기 위해 오늘도 돈을 쓰고 마음을 졸인다.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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