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 28사단 윤모(22)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가해자들이 핵심 목격자인 김모 일병에게 자신들의 행위가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언급하며 범행 은폐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초기 수사가 부실했다는 반증이며 지속적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한 가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익명요구 K 변호사는 29일 입장자료를 내고 “김 일병의 지난 13일자 진술조서에 의하면 (구타 다음날인) 4월 7일 오전 피고인들이 김 일병에게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 살인죄에요’라고 말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이는 최초 수사가 매우 부실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천식을 앓았던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로 배속되기 전부터 입실해 있었고, 윤 일병이 폭행당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지켜봤다.
4월 7일은 군 헌병대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때이기도 하다. 김 일병의 진술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살인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고, 핵심 목격자인 김 일병에게 침묵을 강요한 셈이다. 군 당국의 1차 수사 역시 부실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K 변호사는 “국방부는 군 사법기관이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는지부터 살펴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일부 가해자들은 군 당국의 조사 자체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재조사를 원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쯤되면 군이 아닌 사회에서는 특검이 가동된다.
백상진 우성규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