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진’ 강타한 유럽의회… 극우정당 압승

‘정치적 지진’ 강타한 유럽의회… 극우정당 압승

[쿠키 지구촌]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반(反)유럽연합(EU) 정서가 투표 결과로 확인되자 유럽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극우정당에게 1위 자리를 내준 프랑스와 영국 등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승리로 나타나자 “충격이고 지진”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역대 최고 득표율 기록한 국민전선(FN)=프랑스 내무부가 발표한 최종 개표 결과, 반이민-반EU 정당인 국민전선은 25%를 얻어 프랑스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74석 가운데 24석을 차지했다. 독일과 함께 유럽 통합을 주도한 프랑스에서 반EU 정서를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마린 르펜 당수가 이끄는 국민전선은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얻었던 득표율 6%를 4배 이상 끌어올렸다. 르펜 대표는 앞서 2012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8%의 득표율로 3위에 그치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2017년 대선에서는 르펜 대표가 결선 투표까지 나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속한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은 21%,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사회당(PS)은 14%에 그쳤다.

◇영국, 1%→29% 대이변의 주인공 영국독립당(UKIP)=반EU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 영국독립당은 아직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한 군소정당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2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자유당이 승리한 1906년 총선 이후 108년 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199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독립당의 득표율은 1%에 불과했다. 나이젤 파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는 “군소정당이 전국선거에서 1위를 한 것은 영국 정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자축했다. 독립당에 이어 야당인 노동당이 25%의 득표율로 2위에 올랐으며, 집권 보수당은 24%로 뒤를 이었다.

◇그리스, 급진좌파는 1위·극우정당은 3위=그리스 재정 위기 당시 가혹한 긴축 정책에 반대했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26%의 득표율로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ND)은 23%,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이 9%로 3위였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2012년 6월 총선에서 집권한 신민당과 사회당(PASOK) 연정의 긴축정책을 심판하는 국민투표 성격이 강했다. 극좌와 극우 성향의 정당이 1, 3위를 차지한 것은 임금 및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의 긴축조치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유럽인들은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을 물리친 것을 축하하고 있다”며 즉시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메르켈의 승리로 끝났지만…=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과 자매 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기사당) 연합이 35.6% 득표율로 승리했다. 극우나 극좌 등 급진 세력의 대약진으로 기존 집권 세력들이 맥을 못 추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선전했다는 평가다. 뒤셀도르프대 엔스 발테르 교수는 AP통신에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메르켈 총리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사당의 부진으로 집권당 연합은 2009년 유럽의회 선거 득표율(37.9%)과 지난해 총선(41.5%)에는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와 메르켈 총리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민-기사당과 연립정부를 운영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P)이 2009년(20.8%)보다 크게 오른 27.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의 띠는 대목은 유로화 통용을 반대해온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제도권 진입이다. 7%에 가까운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독일에 할당된 전체 96석 가운데 6~7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AfD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가 심화하자 독일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부추겨 지지기반을 확보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당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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