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계엄령 선포… 19번째 쿠데타?

태국 계엄령 선포… 19번째 쿠데타?

[쿠키 지구촌]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태국의 군부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태국 군은 20일 새벽 3시를 기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은 군 TV 방송 채널5를 통해 “계엄령은 악화되고 있는 태국의 치안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쿠데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방송 하단에는 계속해서 “군의 목표는 평화를 유지하고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황하지 말고 국민들은 생업에 종사하기 바란다”는 자막이 흘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군은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방송국들을 장악했으며 무장 군인들은 거리 곳곳에 배치됐다. 정부의 치안권도 넘겨받았다. 프라윳 총장은 “경찰을 포함한 치안 유지 병력의 활동을 군에 보고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프라윳 총장은 지난 15일 “폭력이 계속되면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나설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친 날이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권력남용 결정으로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해임되면서 정국 불안은 극에 달했다. 반정부 시위대 측은 중립적인 인물을 선정해 새 과도 총리로 임명하겠다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친정부 진영은 선거로 구성된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 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위헌이자 반란에 해당한다며 대규모 시위를 경고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시위 과정에서 28명이 숨지고 800명 가까이 다쳤다. 정치 혼란으로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2.1% 하락했다. 경제 전문기관들은 올해 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1.5~2.5%로 낮춰 잡고 있다.

계엄령 선포 뒤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단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예정됐던 시위를 취소했고, 친정부 세력도 사태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콕 외곽에서 점거 시위 중인 친정부 세력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의 짜투폰 쁘롬판 회장은 시위대에 “시위장소를 지키되 주변에 배치된 군에 항거하지 말고 협조하라”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인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는 “오늘 시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머물고,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쿠데타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태국 군은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켰고 11번 성공했다고 BBC는 전했다. 만일 이번 계엄령 선포가 현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한 19번째 쿠데타로 이어진다면 친정부 세력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국이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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