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히]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아 관련 산업은 급성장했지만 한때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서울 충무로 애견골목과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는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을 통한 농장·가정 분양이 늘어난 데다 대기업까지 이 장사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뭐 찾으세요? 품종견, 품종묘 다 있어요. 들어와서 구경만 하세요.” “보고만 가요. 예쁜 애들 많아요.” 지난 29일 찾은 충무로 애견 골목. 주말이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가게 주인들은 아예 의자를 밖에 내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끌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한 업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손바닥만한 새끼일 때 가게에 들어온 사모예드(강아지의 일종)가 이제 50×30㎝ 아크릴 애견상자에 꽉 찰 정도로 자랐다고 했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곳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반려동물 산업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10개 남짓한 가게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 지하철 동묘역부터 청계천을 따라 펼쳐진 애완동물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안 파는 동물이 없다’던 이 곳은 관상조류와 파충류, 관상어까지 다양한 애완동물을 취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동물 상점보다 신발 창고가 더 많은 거리가 됐다.
청계천에서 40년째 붕어와 열대어를 팔아온 김모(79·여)씨는 2일 “자식들도 다 접으라고 하지만 경로당 다니는 것보다는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오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희귀한 물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각종 동물을 다 팔아 손님이 거의 없다”며 “생물(生物)을 취급하는 가게의 특성상 장사가 안 되면 정말 치명적”이라고 토로했다.
동물 분양산업은 반려동물이 보편화되던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비윤리적으로 동물을 생산하는 교배농장 실태가 알려지며 유통구조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충무로에서 강아지를 샀는데 병들어 사흘 만에 죽었다”는 등의 고발성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되며 소비자 불신이 극대화됐다.
그러다 2010년부터 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기업형 반려동물 상점이 등장하면서 두 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가 전국에 21개, 롯데마트가 16개 애완동물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 아이파크몰과 홈플러스 등 대형 매장들도 애완동물 코너를 마련했다.
기업형 반려동물 매장은 분양을 받으면 예방접종부터 사후관리까지 도맡아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분양과 동물병원 진료, 물품 판매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호텔, 카페, 스튜디오까지 운영한다. 영세 상점들의 자본력으로는 넘보기 어려운 사업들이다.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 엄태기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산업은 대기업이 진입하기에 적합한 업종이 아닌데 사업확장용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오랫동안 소상공인의 ‘밥줄’이 돼온 업종의 생태계를 좀더 진진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전수민 기자 vicky@kmib.co.kr
“뭐 찾으세요? 품종견, 품종묘 다 있어요. 들어와서 구경만 하세요.” “보고만 가요. 예쁜 애들 많아요.” 지난 29일 찾은 충무로 애견 골목. 주말이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가게 주인들은 아예 의자를 밖에 내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끌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한 업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손바닥만한 새끼일 때 가게에 들어온 사모예드(강아지의 일종)가 이제 50×30㎝ 아크릴 애견상자에 꽉 찰 정도로 자랐다고 했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곳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반려동물 산업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10개 남짓한 가게만 남아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 지하철 동묘역부터 청계천을 따라 펼쳐진 애완동물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안 파는 동물이 없다’던 이 곳은 관상조류와 파충류, 관상어까지 다양한 애완동물을 취급했다. 그러나 지금은 동물 상점보다 신발 창고가 더 많은 거리가 됐다.
청계천에서 40년째 붕어와 열대어를 팔아온 김모(79·여)씨는 2일 “자식들도 다 접으라고 하지만 경로당 다니는 것보다는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오가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희귀한 물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각종 동물을 다 팔아 손님이 거의 없다”며 “생물(生物)을 취급하는 가게의 특성상 장사가 안 되면 정말 치명적”이라고 토로했다.
동물 분양산업은 반려동물이 보편화되던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비윤리적으로 동물을 생산하는 교배농장 실태가 알려지며 유통구조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충무로에서 강아지를 샀는데 병들어 사흘 만에 죽었다”는 등의 고발성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되며 소비자 불신이 극대화됐다.
그러다 2010년부터 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기업형 반려동물 상점이 등장하면서 두 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가 전국에 21개, 롯데마트가 16개 애완동물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 아이파크몰과 홈플러스 등 대형 매장들도 애완동물 코너를 마련했다.
기업형 반려동물 매장은 분양을 받으면 예방접종부터 사후관리까지 도맡아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분양과 동물병원 진료, 물품 판매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호텔, 카페, 스튜디오까지 운영한다. 영세 상점들의 자본력으로는 넘보기 어려운 사업들이다.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 엄태기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산업은 대기업이 진입하기에 적합한 업종이 아닌데 사업확장용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오랫동안 소상공인의 ‘밥줄’이 돼온 업종의 생태계를 좀더 진진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부경 전수민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