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경제] 산업화 이후 세상은 멈춤 없이 달려왔다. 그러한 가속은 사람들이 자신이 디디고 살고 있던 땅이 좁게 느끼도록 하였고, 밖으로, 밖으로를 외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항상 그들의 선봉에 섰던 것이 바로 기업들이었다. 세상의 변화라는 파도에 직접 몸을 부딪히며 길을 바꾸기도 하고, 없던 길을 만들어 가면서 그들은 자신의 영역을 넓혀 왔다. 끊임없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기업을 지탱하였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그들의 원동력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업의 ‘사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집적된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인재상이다. 어제의 베스트 셀러가 오늘 사라지기도 하는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는 쉽지 않다. 과거 기업들은 대기업이나 해외 유수의 기업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자신들의 인재상을 정립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의 인재상들이 외국어로 표현되었고, 서구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필자는 거의 20년가까이 외국계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이러한 경향의 첨단에 항상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는 외부에서 인재상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항상 그 답은 동양적사상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외국계기업의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인 필자의 대답에 IBM의 ‘IBMers’ Value’나 Microsoft의 ‘You can be yourself in Microsoft’를 기대했던 대부분 질문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논어 위정편에 보면 ‘君子不器’라는 어귀가 있다. 공자의 이 말은 군자는 그릇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릇들은 정해진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그 목적 이외로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술잔에는 술을 따르는 것이고, 다기에는 차를 담아야 하는 것이다. 술잔에 차를, 다기에 술을 담을 수 없는 것이 그릇이 가지는 한계다. 공자께서는 군자를 이러한 그릇에 비유하여, ‘不器’ 즉 쓰임이 정해져 있는 그릇과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신 것이다. 하나의 학문이나 분야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공자의 ‘君子不器’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해석 해 보면 ‘通涉(Consilience)’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통섭’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통섭’인 것이다.
‘통섭’의 관점에서 공자가 강조한 군자의 조건을 살펴 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다양성과 포용력이다. 논어 자로편에 보면 ‘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라 했다. 자신의 생각만이 바르다하고,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이는 군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군자의 첫번째 조건이라 할 것이다.한 사람에서 조직 그리고 사회가 가진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심안(心眼)은 군자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그 가치가 가지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이끌어 가는 것이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강조하는 Diversity & Inclusion과 통한다 할 수 있다.
둘째는 창의성과 유연성이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환경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 사업이거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업무라 할 지라도 과감히미래를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생각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군자의 두 번째 조건이다.자신이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에만 치중하여 또다른 변화를 읽을 수 없다면 급변하는 시대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에서 원하는 Flexibility 와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할 수 있다.
‘君子不器’를 통해 공자가 강조한 인재상은 통섭형 인재다. 자신과 맞는 사람들에 한정하여 교류하고, 내 가치만이 옳은 것이며, 내 생각이 바로 정의라고 외치는 그릇의 한계를 과감히 부수고, 다양성을 바라보고, 그들을 포용하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통섭’의 인재야 말로 급변하고 있는 우리 조직, 사회 그리고 시대의 인재상이라 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공자께서 경계하라 하신 ‘그릇’은 전문성이라는 미명 하에 ‘一人一技’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우리 자신의 고정관념일 것이다. 이제 콜럼버스가 달걀의 아래를 깼듯이 그 그릇을 깨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인재,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고, 혁신적 가치를 창출해 가는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통섭형 인재’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통섭의 철학’을 체득하기 위한 변화의 시도와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청년들이여, 글로벌 시대의 인재상은 결코 스펙이 아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가두어 온 틀을 과감히 깨고, 자신의 창의로 변화하는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혀 경주해야 한다. 주어진 세상이 아닌 좀 더 새로운, 다른 세상과 직접 마주하고, 실패하고 또 일어서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면역과 같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2500년 전 공자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君子不器’의 메세지고, 글로벌 시대의 인재상인 통섭형 인재 개념의 핵심이다. 비상하라! 통섭과 창조의 시대는 청년! 여러분의 세상이다.
글=언스트앤영 신준기 상무
정리=쿠키에듀 윤희준 대표,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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