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무의미한 ‘디스 진흙탕’에 지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무의미한 ‘디스 진흙탕’에 지친다


[쿠키 연예] 힙합 가수들 간의 디스(Diss, Disrespect의 줄임말)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대중 뿐만 아니라 힙합 마니아 팬들 사이에서도 무의미한 소모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슈프림팀 소속이었던 이센스(26·본명 강민호)가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개코(32·본명 김윤성)를 정조준하며 시작된 이번 디스 전쟁은 스윙스(27·본명 문지훈), 사이먼디(29·본명 정기석)까지 참여하며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22일부터 이들이 내놓은 디스 곡만 6곡에 달하고 다른 가수들도 계속 참전하고 있다.

디스는 힙합 장르에서 래퍼들이 다른 인물을 비판하는 하나의 문화다. 욕설과 비방을 통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래퍼들이 서로의 실력을 검증하고 경쟁한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당초 이번 파문을 두고 미국 힙합계의 신성 켄드릭 라마(26)가 유명 래퍼들을 디스한 것에 빗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번 디스전은 래퍼들의 발전은 커녕 아무런 생산성 없이 이뤄지는 인신공격과 폭로전 성격이 짙다.

이센스는 22일 올린 ‘유 캔트 컨트롤 미(You Can’t Control Me)’에서 전 소속사의 노예계약 문제를 거론했다. 래퍼들 간의 우위를 가리자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폭로한 셈이다. 하지만 전 소속사 측은 이에 대한 반론이 빠진 맞디스 곡을 내놓으며 하나의 힙합 문화로 봐 달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교묘한 물타기 방식’, ‘노예계약에 대한 해명부터 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윙스와 사이먼디의 디스 곡들은 평가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인신공격만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별 내용 없이 찌질 하기 짝이 없는 인정투쟁”이라며 “디스의 묘미는 징징이 아니라 언어를 가지고 놀면서 상대를 꿀벙어리로 만드는 한 방에 있다. 하려면 잘 하던가”라고 밝혔다. 반면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지금 우리는 한국 힙합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넘기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씨는 “서로를 향한 폭로와 진실공방, 몇몇 거친 표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번 디스전을 두고 인터넷 힙합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센스와 개코가 맞대결을 펼친 1라운드까지는 랩 실력을 평가하는 게시물들이 주를 이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트위터를 통해 계속된 선전포고와 단순한 인신공격성 디스 곡들 때문에 ‘이제 재미없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같다’, ‘불 구경, 싸움 구경도 계속 보면 지겹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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