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신념 탓 수혈 거부 환자 숨져도 의사 책임 없다”

“종교적인 신념 탓 수혈 거부 환자 숨져도 의사 책임 없다”

[쿠키 사회] 종교적 신념으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것을 거부한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한 취지의 이번 판결은 최근 존엄사 시행으로 다시 주목받은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광주지법 형사 1단독 박정수 부장판사는 26일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 이모(52)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자가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자기의 혈액에 의한 수혈(자가수혈)만 허용하고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지 않는 방식(무수혈)의 치료를 선택했다면 이 선택으로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생긴다 해도 환자의 결정이 헌법상 허용되는 자기결정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 김종복 공보판사는 “환자가 선택한 치료방법이 생명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키운다 하더라도, 죽음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없는 한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라며 “사안과 결론이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어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 12월 20일 오전 11시께 광주 모 병원 수술실에서 환자 이모(사망 당시 62·여)씨의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하던 중 출혈량이 많았는데도 수혈을 하지 않아 10시간 30분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환자 이씨는 수술 3일전 “여호와 증인 신분으로 수혈을 원하지 않는다. 병원과 의료진에 이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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