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4월에는 연예계에 드리운 ‘권력·금력과 성’의 검은 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스폰’의 실체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지난주에는 ‘연예인과 성’ 상편으로 장자연 죽음에도 그칠 줄 모르는 ‘스폰’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주에는 중·하편으로 업계 관계자 및 연예인의 증언을 빌려 전주(錢主)-기획사-연예인을 축으로 돌아가는 ‘스폰’의 실태와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고 미래에 대해 전망해본다. 다음에 기술되는 내용들은 스폰 시장 안에 발을 들여놓은 일부 연예인과 가진 자(?)에 관한 것이며, 많은 연예인들은 자신의 탤런트로 활동 중임을 명확히 한다.
하편에서는 연예인과 스폰서의 계약이 성립되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스폰의 형성 배경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연예인 스폰의 실제 “오빠, 나 소녀 가장이야~”
20년 가까이 매니지먼트 업계에 몸 담아온 A씨에 따르면, 톱스타 H양은 스폰을 구해달라고 청하거나 스폰서를 연결해줬을 때 “오빠, 나 소녀 가장이야~”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랑스럽다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를 타개하는 그녀의 재치다. 이런 유머를 동원해 가면서까지 그가 스폰을 자청하는 이유는 톱스타이자 패셔니스타인 자신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다. 그는 상황에 따라 3개월에 3억 원의 ‘단타’, 6개월에 7억 원의 ‘장타’ 등 여건이 수락 되는대로 스폰 계약을 맺는단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소녀가장’ 쪽은 J양에 가깝다. 그는 스폰으로 가족에게 점포를 마련해줬고, 자신은 고급 빌라로 이사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가족도 모자라, 본인이 저지른 사고 아닌 사고 탓에 금전 지원을 해줄 스폰서를 찾는 이도 있다. 레이싱걸 K양은 마음이 약하고 정이 많단다. K양은 자신을 좋아한다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면 소소하게 밥값과 선물에서, 크게는 보증까지 서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남의 빚까지 떠안은 상황에서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만으로는 생활 유지가 안 돼 스스로 “1년에 1억 원 이면 된다”며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매니저 및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 밖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잘 버티는 연예인, 갑자기 드라마와 CF, 여기저기에 얼굴을 보이는 연예인의 십중팔구는 스폰의 힘에 의지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드라마, 영화, CF 등을 종횡무진 활약한 S양을 예로 들며 “현재 1년에 7억 원 정도면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이 뜸한 그룹 출신 가수 C양은 3개월에 2억 원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S양, 기업투자 방식으로 ‘위장’ 거액 계약
매니지먼트 15년 경력의 B씨도 “올해 초 톱 연예인 S씨가 40억 원 대의 스폰 계약을 체결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연예인답게 수십 억 원대의 스폰 계약을 맺었어요. A급 연예인이 1년에 10억 정도 받는데 비하면 최고의 몸값이죠.”
거액의 비용이 오고감에도 외부에서 특별한 낌새를 눈치 챌 수 없는 것은 기업과 기업 간의 투자 방식으로 위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위 간부나 유명 인사가 매니지먼트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형식상으로는 유망 기업에 대한 거액 투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속 연예인과의 은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스폰 거래다.
“명분상으로는 기업끼리 투자하는 방식이라 회사 간의 계약인지 스폰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요. 덜미가 잡힐 경우를 대비해 기업 투자 방식으로 계약서를 체결하거든요. 물론 건전한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까지 매도해서는 안 되겠지만 스폰 거래일 확률이 높아요. 스폰 계약일 경우 스폰서는 투자한 매니지먼트사의 소속 연예인과 애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죠. 최종 목표는 연예인과의 잠자리입니다.”
여자 톱스타의 ‘공백기’는 유혹의 시절
B씨는 스폰의 유혹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부류에 대해 여자 톱스타를 꼽았다.
“여자 톱 배우들은 공백기 동안 CF 수입을 통해 생활비를 해결하는데 요즘처럼 불황인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죠. 대다수의 톱스타들이 공백기를 대비해 개인 사업을 할 때가 많지만 수입이 저조해 스폰에 의존하게 되죠.”
톱스타는 공백기 동안 일반인처럼 일상적 일을 하기 어렵다. “드라마 및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해 톱스타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죠. 그렇다고 톱스타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잖아요. 톱스타가 지출하는 상당 부분은 품위 유지비인데 그 비용을 쉽고 빠르게 채우기 위해 스폰을 받죠.”
신인배우 C씨 “차 마시러 나와라” 놀라운 반전
연예인들은 실제로 스폰 유혹에 시달릴까. 드라마 및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신인 여배우 C씨의 경험을 토대로 살펴봤다.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와 ‘근처에 있으니 차 마시러 나와라’고 해서 갔더니 스폰서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더라고요.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매니저와의 관계 때문에 자리를 지켰죠. 그랬더니 50대로 추정되는 스폰서가 1년에 2억 원을 후원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전 제 힘으로 성공하고 싶어서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거절했습니다.”
C씨는 소속사 관계자가 주도적으로 나서 스폰서와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가 자금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불황이다 보니 10억 원 이상 받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제안하는 1~2억이라도 건지고 싶은 바람을 갖는 것 같아요.”
스폰 문제로 배우끼리 다투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끼리 마음이 맞아서 서로 스폰서를 소개시켜준 경우가 있었는데 한 배우가 양다리 스폰을 받았더라고요. 원래 스폰 계약을 하면 한 스폰서와 만나는 게 업계의 관행이인데 배신행위라고 하더라고요.”
또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스폰 계약은 숨긴다고 했다. 스폰 계약이 정당한 거래는 아니기 때문에 은어로 대화를 나눈다고도 했다.
“남자친구가 명품 백이나 옷을 사줬다고 하는데 남자 친구를 절대 소개시켜주지 않아요. 그럴 때 ‘남자 친구’가 ‘스폰서’인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스폰서는 40~50대 남성이 많아서 일명 ‘아버님’이나 ‘삼촌’으로 부르더라고요. 한 눈에 봐도 두 사람이 건전한 연인 관계가 아닌데 스폰 받는다는 사실을 절대 밝히지 않죠.”
E씨 “로비 못해서 드라마 출연 도중 하차당했죠”
지상파 TV 공채 출신인 E씨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체계화되기 전인 1990년대에 활동해 스폰 유혹에 많이 시달리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들어오는 일들만 해서 스폰서에게 의지하거나 유혹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고위 간부들을 만날 수 있는 술자리에도 나가지 않았죠. 그러다 드라마 촬영 도중 이유 없이 중간에 잘린 경우가 있었어요. 후임을 보니 한창 떠오르는 신인 여배우더라고요. 로비를 못하는 배우가 스폰서를 등지고 있는 신인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했죠.”
신인 여배우 M씨는 故장자연 씨가 겪었던 일들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의 강압에 못 이겨 또는 자신의 선택 하에 유명 인사나 재력가의 도움을 얻어 활동하는 스폰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대표가 ‘술자리가 있으니 나와 봐라’고 전화 하면 모 기업 대표나 연예 관계자들이 몇 명 끼여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들은 노골적으로 성적 농담이나 행동을 취하면서 야릇한 분위기를 형성할 때가 많죠. 그리고 ‘성 상납 같은 일종의 서비스를 해주면 뜰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죠. 이때 순간의 유혹에 못 이기는 배우들이 있지만 거부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면 더 이상 괴롭히진 않아요.”
하지만 한두 번 술자리에서의 거절만으로 ‘스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후에 회사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설득에 의지를 굳혀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
“‘네가 순수하게 활동해도 어느 정도 급이 올라가면 윗선으로부터 콜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때도 거절하면 톱스타로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죠. 업계 관계자들이 ‘지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톱스타 대부분이 스폰의 힘으로 떴다. 지금 스타가 됐는데 누가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겠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이 말에 의지가 흔들릴 때도 있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스타가 될 생각은 없다’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활동 하자’라고 식으로 생각하며 귀를 닫아요.”
‘악어와 악어새’…스폰 문화 근절될까
故장자연 씨는 신인 배우라는 이유 때문에 강압적으로 술시중 및 성상납에 시달려야만 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장자연의 죽음을 계기로 기획사와 연예인의 불공정 노예 계약을 타파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신인 배우들의 처우가 다소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이해관계로 얽혀 암세포처럼 퍼져 있는 스폰 문화를 도려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 C씨는 스폰서와 연예인의 관계에 대해 ‘악어와 악어새’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연예계와 스폰 문화는 끈끈하다는 것이다. “스폰을 받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돈과 인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스폰서는 연예인과의 하룻밤을 통해 자신의 쾌락을 충족시킵니다. 근절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신인 여배우 C씨는 장자연의 죽음이 스폰 문화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배우들의 신념에서 희망을 찾았다. “쉽게 돈을 벌려는 연예인들이 존재하는 이상 스폰 문화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아요. 또 스폰이나 성상납을 일종의 관행처럼 여기는 업계 관계자들이 활개를 치는 이상 더욱 힘들고요. 하지만 스폰은 타의보다는 자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순 있어요.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No’를 외치면 돼요.”
수요자-거간꾼-공급자…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스폰서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는 연예인들이 존재하는 이상 스폰 문화가 근절되긴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연예인들이 더 많기에 스폰 문화 근절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스폰 시장에서 ‘공급’에 해당되는 연예인들이 스스로 스폰 문화를 멀리하고 연예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스폰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폰서를 자청하는 ‘수요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간에서 ‘떡고물’을 챙기려는 연예 관계자들도 매니지먼트 산업을 발전시키려 했던 초심과 본연의 임무를 상기해야할 것이다. 수요자-거간꾼-공급자, 스폰 시장의 주체 셋 중 누구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김은주 기자
hrefmailto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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