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연예] 여성 아이돌 그룹 천하다.
그룹 소녀시대는 정규 1.5집 성격의 미니앨범 타이틀 곡 ‘Gee’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무려 2달 동안 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충성도 높은 10대 여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다.
소녀시대의 독주는 정규 4집 앨범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동방신기가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빅뱅이 개별 활동을 제외한 그룹 활동이 공백기로 접어든 상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소녀시대에 앞서 원더걸스 역시 가요계 천하통일을 이미 이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원더걸스는 ‘Tell Me’로 2007년, ‘So Hot’, ‘Nobody’로 2008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원더걸스 앞에선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도 자취를 감췄다. 여성 그룹 최초로 서울가요대상 단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록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2강 구도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카라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카라는 ‘Rock U’, ‘Pretty Girl’, ‘Honey’의 트리플 히트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다비치와 애프터스쿨 등도 유망주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카라는 공히 여성 아이돌 그룹의 히트 공식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강렬한 후렴구를 앞세운 후크(Hook)를 곡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통일된 군무를 자랑한다. 물론 아이돌 그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쁜 외모와 귀여운 애교도 필수다. 원더걸스는 섹시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소녀시대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했다.
하지만, 이들 여성 아이돌 그룹에게도 엄연히 약점과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소녀시대는 ‘Gee’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혹사 논란이 일 정도로 무리한 강행군을 펼쳐 과다한 이미지 소비를 낳고 있다. 원더걸스는 박진영이란 걸출한 프로듀서가 앨범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섹시 코드 외에 검증된 안전장치가 없다. 카라는 두 그룹의 인지도에 철저히 막힌 상황이다.
△숙녀가 내일 모레=소녀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룹 이름만큼 강렬한 소녀의 이미지가 갈수록 퇴색될 수 밖에 없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이는 원더걸스와 카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소녀시대가 소위 ‘귀엽고 예쁜’ 소녀 이미지를 가장 빠르게 소비하고 있는데 있다. 무작정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비출 것이 아니라 보아와 동방신기, 비와 세븐처럼 중장기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당장 소녀시대는 ‘소녀’ 이미지를 벗는 나이인 20대 중반 어떤 식으로 변화를 꾀할 것인지가 매우 불명확하다. 그동안 대다수 여성 아이돌 그룹들은 섹시 코드 내지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9명의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쉽게 드러낼 수 없어 시작한 유닛(Unit) 활동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자칫 그룹 해체와 연결될 수도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일부 멤버의 인기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 요소다. 태연과 제시카는 보컬, 윤아는 연기로 분화된 이미지가 있다. 30대 이상 남성들에겐 유리의 인기가 높고, 서현은 막내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티파니도 골수 팬이 많다. 멤버 개개인의 인기 편차가 심한 그룹 치고, 자의든 타의든 해체하지 않은 역사가 드물다.
가수라는 기본적인 직업적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그룹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적 발전을 꾀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조 아이돌 그룹인 H.O.T는 미천하나마 정규 3집부터 작사, 작곡 능력을 발휘했고, 빅뱅의 G-드래곤은 앨범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거창한 뮤지션 반열이 아니더라도 소녀시대 멤버들의 음악적 실력을 발휘할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섹시 말고는?=원더걸스의 가장 큰 약점은 섹시 코드를 제외하곤 내세울 점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그나마 멤버 선예와 예은의 가창력이 눈에 띌 정도다. 소희는 ‘Tell Me’의 ‘어머나’로 상징되는 인기 말고는 노래와 연기 모든 것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는 명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에도 불구하고 콘셉트를 지나치게 강조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더걸스가 ‘Tell Me’, ‘So Hot’, ‘Nobody’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트리플 히트에도 불구하고, 섹시 코드의 후크송이랑 저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섹시 코드는 강렬하고 선정적인 느낌 만큼이나 대중이 가장 쉽게 질리는 이미지다.
짙은 눈화장과 달라 붙는 무대 의상, 섹시한 자태 등 원더걸스로 상징되는 콘셉트 말고 보다 넓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원더걸스는 이미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철저하게 각인된 그룹”이라며 “음악적으로나 혹은 개별 활동으로 보다 새로운 어떤 것을 찾지 못하면 의외로 최고의 인기에서 금방 내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박이 없다=카라의 고민은 대박을 터뜨리지 못하는데 있다. ‘Rock U’, ‘Pretty Girl’는 누구나 후렴구를 흥얼 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중박에 머물렀다. 이는 ‘Honey’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의 ‘Gee’, 원더걸스의 ‘Tell Me’ 정도의 임팩트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멤버 한승연 말고 다른 멤버들의 두각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룹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도 절실하다. 다른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든, 유닛 활동이든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인기 사이에 끼여 있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