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 속 독버섯처럼 번지는 각종 도박

불황 그늘 속 독버섯처럼 번지는 각종 도박


[쿠키 사회] 경제불황을 틈타 사회전반에 걸쳐 경제적 불안감이 팽배해진 가운데 소위 ‘한방’, ‘인생역전’, ‘대박’의 꿈을 조장하는 각종 도박이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온 나라에 불어 닥쳤던 ‘바다이야기’ 광풍은 이후 인터넷 불법게임으로 진화해 각 가정의 안방까지 침투, 평범한 남편과 주부들까지 도박중독자들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집안 또는 성인PC방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접속, 수만원∼수억원의 판돈을 걸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눈이 벌겋게 충혈된채 확률없는 ‘대박’의 꿈을 좇고 있다.

◇서민 삶 속 만연된 도박

지난해말 야구선수 출신 연예인 강모씨가 연루됐던 한 인터넷 도박사이트는 판돈 규모가 무려 5천억원에 달해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같은 도박은 비단 강씨와 같은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 사이에도 만연돼 있다. 지난해말 수원의 한 여고교사 A씨(40)는 동료교사들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 모두 도박자금으로 탕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A씨는 동료 교사 B씨(35) 등에게 ‘아내 수술비로 급전이 필요하다’며 1천만원을 빌리는 등 총 5회에 걸쳐 빌린 1억7천만원을 정선카지노와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탕진한 혐의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중국인 청년도 도박의 늪에 빠져 결국 전과자로 낙인찍힌 채 본국으로 추방됐다. 중국인 K씨(26)는 지난해 말 안양시의 한 도박장에서 그동안 일해 번 4천600만원을 모두 날렸다.

도박으로 잃은 돈을 찾기위해 도박장을 털려던 그는 경찰의 불심검문에 흉기가 들통나면서 강도 예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강제출국 조치됐다.

◇인터넷상 판치는 불법 사행성 게임

의정부지검 형사3부(강여찬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 준 혐의(도박개장)로 유모씨(33)를 구속했다.

유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불과 2개월동안 게임장과 가맹점 계약을 맺고 속칭 ‘바둑이’, ‘맞고’ 등 인터넷 도박프로그램을 사용토록 해 1억5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는 현재 경찰청에서 추산하는 것만 해도 1천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바다이야기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06년 1만3천800여건이던 불법사행성 게임장 단속건수는 2007년 1만9천200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8월 현재까지만 6천300여건에 달한다.

이중 PC방에서 단속된 불법 사행성 도박 건수가 최근 3년동안 4천여건이 훌쩍넘는 등 온라인으로 숨어든 바다이야기 유사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 도박 사이트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따르는 오프라인 도박장보다 접근하기 쉬운 만큼 중독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지금도 각종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면 외국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가 많아 단속이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이 80%에 이르고 초고속인터넷서비스가 집집마다 제공되는 국내 환경에서 인터넷 도박의 악영향은 ‘바다이야기’의 폐해를 뛰어 넘을 기세다.

더욱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송되는 스팸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가정주부, 청소년 등이 호기심에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 사이트는 인터넷으로 도박장을 생중계 하는 방식으로 이용객의 관심을 사고 있으며, 도박사이트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하기도 했다.

◇사행심리 부추기는 경마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경마도 전국 33개에 달하는 장외 발권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PC방 처럼 운영되는 불법 사설경마와 스크린 경마가 판을 쳐 서민들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6일 금요일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수원지점(KRA플라자). 마사회가 운영하는 장외 발권소인 이곳은 경마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 11시부터 몰려든 남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은 건물 3·4·5층 3개층에 걸쳐 화상으로 운영되는 경마경기 중계를 보고 베팅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곳엔 무인 마권 발급기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이들의 마권 발급을 순조롭게 돕고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주말휴일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한 30대 남성은 “매번 잃기만 하고 어쩌다 한번 맞추는 그 재미를 못잊어 계속 찾는다”며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작 ‘도박’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마를 모방해 PC방처럼 운영되는 스크린경마장은 물론 객장형 및 하우스형 사설경마, 인터넷 경마 등도 부지기수로 불안한 시대 ‘한탕’을 노리는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화성서부경찰서는 인터넷 경마사이트를 통해 사설경마장을 운영하며 수천만원을 챙긴 40대 남성을 붙잡았다.

이 남성은 지난해 8월부터 검거전까지 화성시 장안면 어은리 소재 대리운전 사무실에서 마권을 대행 구매해 수수료 명목으로 구매금액의 20%를 포인트로 적립, 재환전하는 방식으로 3천600여만원을 챙겼다.

◇도박중독=정신병

이처럼 각종 불법 사행성 도박이 만연하면서 도박중독을 호소하는 상담자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국도박중독상담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중독 상담자는 모두 7천970명으로 지난 2006년 5천986명에 비해 33% 증가했고, 2004년 1천841명보다 무려 4.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하반기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200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인구 3천750만명의 도박중독유병률은 356만명(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우리사회의 도박중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도박중독상담센터 관계자는 “도박중독은 병적 도박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도박을 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반복적, 만성적으로 도박을 하게 만든다”며 “도박 중단으로 인한 우울증, 불안 등이 나타날 경우엔 정신과적 전문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경기일보 이학성기자 hslee@kgib.co.kr
김상기 기자
h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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