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첫 노조 “인사제도 개편 급선무...스벅·면세점 통합 목표”

신세계 첫 노조 “인사제도 개편 급선무...스벅·면세점 통합 목표”

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예전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만 봐도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축소가 됐어요. 유통업계에서 노조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신세계 노조 출범을 계기로 그런 부분을 상쇄하고 내부 계열사를 두루 통합하면서 노조를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22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에서 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1988년생인 김 위원장은 흔히 말하는 MZ세대로, 신세계백화점 입사 12년차 직원이다.

김 위원장은 신세계백화점이 삼성그룹에 인수된 지 60년 만에 생긴 첫 노조를 이끌게 됐다. 선봉장에 선 만큼 부담도 클터, 하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패기가 넘쳤고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그는 사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노조 설립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처음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올해 설 휴무의 영향이 컸다. 

“원래 매년 1월 1일부터 13개 점포가 휴점에 들어가는데 휴점 2주 전 임원회의에서 매출 때문인지 정상영업을 하자고 결정을 내렸어요. 그때 휴가나 다른 계획이 있었던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엄청 심했고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었죠.”

김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온라인으로 집행부를 모집했고 지난달 13일 노조 설립 신고를 했다. 노조 지원자는 대부분 2030대가 많았다. 

“결집력이 있는 4050대가 주층인데, 처음에는 선배들을 섭외해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노조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반응을 해줬죠. 그래서 집행부 인원들도 2030대로 꾸렸어요.”

MZ세대를 주축으로 결성된 신세계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은 ‘공정과 소통’이다. 기성세대로 구성된 기존 노조와는 달리 투쟁을 최대한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내부에는 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한가족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가 있다. 김 위원장은 협의회 소속 대의원으로 1년간 활동했지만 나름의 한계를 느꼈다.

“한가족협의회는 사측 편에서 활동하는 협의체 일환이에요. 그렇다보니 임금 협상이나 복리후생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죠.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협의회가 아니더라도 투쟁이 아닌 공정과 소통의 방식으로 사측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김영훈 신세계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임형택 기자

김 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통한 선결 과제로 ‘인사 제도’를 강조했다. 노조는 사측에 폐쇄적인 조직 문화 개선과 일방통행식 임금협상 중단, 투명한 인사시스템 정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인사제도 개편이 급선무에요. 올해 노조가 출범하면서 중간 직급부터 하위 직군은 임금 인상률을 5%로 맞추는데 계산해보면 조금씩 차이가 나고, 명확한 기준을 직원들은 모릅니다. 5%에 대한 계산서식 같은 가이드 정도만 알려주면 연봉 사인을 할 텐데 말이죠. 승격률도 마찬가지에요. 인사고과가 좋아도 낙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원서 항목점수가 있지만 명확하게 왜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죠. 그런 기준 자체를 하나하나 투명하게 뚫어갈 생각입니다.”

신세계그룹 통합 노조 출범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김 위원장은 올해 안에 노조 가입자 수를 1000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4월 단체협상 전까지는 최대한 오프라인 홍보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실 통합노조가 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계열사 내 인사제도나 임금 체계가 전부 다르니까요. 우선 1차 목표는 백화점 노조를 안정화시킨 다음 각 분야별로 노조 체제로 가는 대의원을 모집해 그들의 의견을 받고 정식 통합노조로 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 안에서 구성원과의 소통도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고요. 스타벅스, 면세점 등 내부 계열사를 두루 통합하면서 노조를 이끌어갈 방향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유통업계가 속속 영향을 받아서 다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위원장은 사측과의 원활한 소통과 건강한 노사 문화 정립을 위해서도 신세계그룹 내 통합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노조를 만들려다 와해가 됐고, 이마트도 노조가 있지만 한국노총 산하 어용노조에 불과합니다. 조직이 커지면 계열사 단위로 인사 조직이 분리되는데, 일을 통합적으로 컨트롤 하는 건 신세계그룹사 내 전략실에서 합니다. 성과급 산정 및 인사제도 개편, 임금 관장 등 통합을 위해 전략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일원화된다면 계열사 직원들도 혜택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조 설립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측에 노조 가입 안내 메일을 보내자 이후 인사팀이 스타필드 고양점을 찾아왔다고 했다.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메일밖에 없어요. 그래서 회사에 사내 게시판이나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관련 공문을 2~3번 보냈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단체교섭을 할 것이기 때문에 상견례나 여러 이야기를 하자는 입장이었죠.”

노조 출범 후 내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노조 가입 메일을 보내고 나서 하루에 100통이 넘는 전화가 빗발쳤다. 

“지인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회사 메신저 등을 통해 응원과 지지를 해주셨어요. 심지어 모 팀장님께선 노조 가입은 못하겠지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하셨죠. 노조가 생기는 데 대해 사내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아직까진 노조가 방향성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주춤하는 것 같긴 해도요.”

이번 첫 노조 출범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으니 김 위원장은 “노조가 왜 생겼는지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세계는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회사잖아요. 그러나 외부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내부 이미지는 완전 다릅니다. 이미지 좋은 회사가 제도를 바꾸는 건 외부 작용만 있으면 오히려 더 빠를 수 있어요. 이미지 커버를 계속 해야하니까요. 외부 자극만 있어도 변화는 훨씬 빠르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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