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30% 비결은 ‘장기‧직접‧배당‧증권’

퇴직연금 수익률 30% 비결은 ‘장기‧직접‧배당‧증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프리픽

퇴직연금을 한꺼번에 받는 대신 오랜 기간 나눠 받으며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증권사를 통해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한 이들이 특히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9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조3000억원(12.9%) 늘어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4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오래 굴려서 더 불리는’ 전략 영향이다. 지난해 퇴직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만 55세 이상 계좌 가운데 13%는 일시 지급 대신 장기간 연금 수령을 택했다. 전년보다 2.6%포인트(p) 늘어난 비중이다. 일시 대신 연금 수령을 택하면 복리 효과로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 세금도 분할 적용돼 일시금보다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직접 투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퇴직연금 유형 중 개인이 투자처를 정하는 DC형(확정기여형)과 IRP형(개인형) 비중은 각각 0.9%p, 3.1%p 증가했다. 반면 기업이 대신 운용해 주는 확정형 급여형(DB)은 전체 퇴직연금의 절반 이하(49.7%)로 떨어졌다.

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DB 4.04%, DC 5.18%, IRP 5.86%로 회사보다 개인이 운용했을 때 수익이 높았다. 게다가 DC와 IRP형으로 직접 운용하면 그 수익이 모두 개인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DB형처럼 기업이 운용하면, 지급하기로 정해진 연금액 외의 수익은 모두 회사 몫이다.

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최근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예금이나 적금 등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보다 주식‧펀드 등 실적배당형 투자 수요가 늘었다. 실제 지난해 실적배당형 자산 비중은 DB(+2.1%p) DC(+5.2%p), IRP(+5.6%p) 등 모든 유형에서 전년보다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3.67%였으나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9.96%로 3배 가까이 높았다.

그 결과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평균 4.77%로 전년 대비 1.51%p 개선됐고, 최근 5년 평균보다도 1.91%p 증가했다.

어느 금융기관을 통해 운용했는지도 수익률에 차이를 줬다. DC와 IRP를 기준으로 보면, 은행과 보험사 상품은 4% 이하 수익률 구간이 각각 85%, 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증권사 상품에 가입한 경우 10% 이상 수익률 구간이 31.7%에 달했다.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증권 IRP 기준 29.4%)는 평균 대비 실적배당형의 비중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의 IRP 상위 가입자는 80~90% 이상 대부분의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실적배당형 상품 대부분은 미국 주식 시장 흐름을 따르는 ETF 등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원하는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 제도’나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을 참고하라”고 당부했다. 디폴트옵션은 은행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고, 실물이전 서비스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연금을 옮길 수 있는 제도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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