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 결렬…오늘 첫차부터 준법투쟁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 결렬…오늘 첫차부터 준법투쟁

지난해 3월2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송파공영차고지에서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는 가운데 운전기사가 걸어가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최종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오늘 새벽 4시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출근길 운행 차질이 우려된다. 

30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쪽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9시간가량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에서 조정회의를 열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 개편 문제다. 노사는 임금 인상 폭, 통상임금 범위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사는 지금까지 열린 9차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과 지난 23일 서울지노위의 1차 조정 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협상 결렬 뒤 “노사 간에 입장차가 너무 커서 조정중지를 신청했다”며 “통상임금은 조정안에도 없는 것인데 (사측이) 협상 테이블로 들고 나왔기에 그게 가장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 데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하며 이는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할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8.2% 인상과 동일노동 임금차별 폐지, 현행 만 63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인 만큼 대법원 법리가 변경됐다면 임금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여금 조항의 폐지나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에게 불편 끼치지 않으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간극이 커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상임금 문제가 여러 업계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뭔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새벽 4시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나섰다. 준법투쟁은 안전운행 매뉴얼에 따라 정차나 휴게 시간을 엄격히 지키며 운행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버스 운행이 지연되거나 배차 간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사측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향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준법투쟁에 따른 특별교통대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출근 시간대 지하철 운행 횟수는 47회 늘리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도 125대 투입해 41개 노선을 운행한다.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시내버스 전면 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준법투쟁에 따른 운행속도 저하, 배차 간격 증가 등 시내버스 이용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시민들은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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