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에서 한강까지…암사초록길, 16년 만에 시민 곁으로

선사시대에서 한강까지…암사초록길, 16년 만에 시민 곁으로

29일 서울 강동구 암사 초록길 개통식이 열렸다. 이예솔 기자

오랫동안 차도와 제방에 가로막혀 닿을 수 없던 선사시대의 땅과 한강이, 마침내 푸른 길로 다시 이어졌다. 단순한 통행로를 넘어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역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29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암사초록길이 개통했다. 암사선사유적지 앞길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새로 조성된 암사초록길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암사초록길은 암사선사유적지와 광나루 한강공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길이다. 폭 50m, 총 6300㎡ 규모의 녹지 공간과 자전거도로, 보행로 등으로 조성됐다. 오랫동안 끊어져 있던 역사 유적지와 한강을 이어주는 초록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암사선사유적지는 한강을 따라 발달한 대표적인 신석기 시대 유적지다. 그동안은 올림픽대로와 제방에 가로막혀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번 암사초록길 조성으로 단절된 구간이 자연친화적으로 복원되면서, 선사시대와 현대를 잇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암사초록길 사업은 2011년 2월 시작됐으나, 재정 부담과 경제성 우려로 2013년 중단돼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강동구 주민 등 10만명에 달하는 시민 서명운동이 추진 동력이 되면서 2020년 사업이 재개됐다. 긴 준비 끝에 지난 3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시민들에게 길을 열었다.

개통식 현장에서는 걷기 행사와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행사 참가자들은 초록길을 따라 걸으며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강의 역사적 의미를 체험했다. ‘빗살무늬 토기 잇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개통식 참석자들은 암사동 선사유적지의 대표 유물인 빗살무늬 토기의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강동구는 이번 초록길 조성으로 암사선사유적지, 암사생태공원, 일자산 둘레길 등 인근의 녹지·역사 자원들이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사업 중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경우는 드물다. 중간에 사업성이 흔들리며 몇 년간 공백기가 있었다”며 “강동구민들의 염원과 성원이 있었기에 사업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르네상스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한강을 자주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암사초록길은 그동안 녹지 공간이 부족했던 서울에 푸른 공간을 크게 늘렸고, 정원도시 프로젝트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동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 안전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확충하고, 지하안전 전담 조직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수관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하수관 정비 예산을 기존보다 두 배로 확대해 연간 4000억원 수준까지 투자할 계획”이라며 “대형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검을 더욱 자주 실시하고, 발견된 위험 요소는 신속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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