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사 줄여라…농식품부, 지자체에 ‘벼 재배 감축’ 매주 압박

쌀농사 줄여라…농식품부, 지자체에 ‘벼 재배 감축’ 매주 압박

8만ha 감축 목표, 서울 면적 1.33배…서남부 곡창지대 집중
목요일마다 영상회의 소집...실적부진 시·군 20곳 최종 점검
농업 현장 “자율의 탈을 쓴 강제 할당…식량안보 위협” 비판

쿠키뉴스DB

정부가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매주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쌀 공급량을 줄여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농업 현장과 시민단체에서는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1일 박범수 차관 주재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 추진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매주 목요일 16개 광역시·도(세종 포함)를 대상으로 영상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월1일에는 본격적인 모내기철(5~6월)을 앞두고 ‘벼 재배면적 조정제’ 지역별 추진 상황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에 모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기를 시작으로 세종까지, 16개 광역시·도가 차례로 지역별 추진 상황을 발표한다. 이어 실적이 부진한 시·군 20곳은 따로 상황을 보고하게 된다. 감축 목표 달성을 재촉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 회의는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이 주재하며, 16개 광역시·도 담당 과장뿐 아니라 하위 지자체 20개 시·군 담당자도 참석한다.

농식품부의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는 8만ha다. 이는 지난해 벼 재배면적(69만8000ha)의 약 11.4%에 해당하며, 서울 면적(6만52ha)의 약 1.33배 규모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만5831ha로 가장 크고 △충남 1만5763ha △전북 1만2163ha △경북 1만710ha △경기 8108ha △경남 7007ha 순이다. 특히 호남평야(전북), 나주평야(전남), 금강유역(충남) 등 서남부 곡창지대에 전체 감축 목표의 절반 이상(54.6%)이 몰려 있다.

농식품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 지원으로 농업인과 지자체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식량안보와 쌀 자급률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쌀 자급률이 100%를 초과한 해는 2022년(104.8%) 단 한 해뿐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국내 곡물 자급률은 22%로 세계 최하위이며 쌀 자급률도 100%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쌀 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남는 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우리 쌀 재배면적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주 전에도 농식품부에서 시·군 점검을 나왔다가, 사천시에서는 점검을 거부하고 돌려보낸 사례가 있었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하면서 “이번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폭력·폭압적 정책이며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적 부진 20개 시·군 담당 과장까지 소집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고 농식품부의 ‘면피용’에 불과하다”면서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자율의 탈을 쓴 강제 할당이며 모든 책임을 지자체 일선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 영상으로 실적 점검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대면으로 한 번에 최종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시간을 내어,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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