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조로 불렸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 B조 토론회가 종료됐다. 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과 탄핵에선 각기 다른 생각을 내비쳤지만 미국과의 외교에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국민의힘은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경선 B조 토론회를 진행했다. 한 후보는 주제 토론에서 “우리 사회의 극단적 갈등 상황이 결국 한쪽엔 계엄, 다른 쪽엔 30번의 탄핵 시도로 극단적 결과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또 각 후보를 향해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령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다. 한 후보는 우선 홍 후보에게 “지난해 12월 4일 페이스북에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말했고 지난달 20일엔 홧김에 서방질했다고 표현했다”며 “홍 후보도 계엄에 반대하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질문했다.
이에 홍 후보는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고 2시간 해프닝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를 할 기회를 주자고 얘기했던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 후보와 이 후보는 한 후보의 이 같은 질의에 반발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윤석열 신당 창당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왜 경선에 윤 전 대통령을 계속 끌어 들이냐”며 “한 후보가 내란몰이와 탄핵을 선동했기 때문에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나 후보는 자신의 주제 토론에서 한 후보에게 “보수통합을 위해 이번에 대선 후보는 그만두고 당을 위해 헌신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이 상황에서 내가 필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한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자 “탄핵소추를 안 했으면 헌법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았겠냐”며 “한 후보가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 우리 당 후보로 출마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자신의 주제 토론에서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당하고 있는데 칼춤을 춘 사람이 있고 화양연화라고 그렇게 즐기던 사람이 우리 당 후보로 와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끄럽다”며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각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선 대립점이 있었지만 트럼프 2기 정부에 따른 외교 문제의 중요성엔 생각이 일치했다. 나 후보는 공통 주제 토론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겠다. 거기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며 “방위비와 관세 문제 등에 대한 원샷 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번에 APEC 정상회담을 경주에서 한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데려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에서 과거 실패한 하노이 빅딜을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런 기회를 주면 트럼프 대통령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특히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을 제외하곤 우리나라의 조선업밖엔 없다”며 “또 반도체와 원전 등 협상카드가 많이 있다. 추상적인 동맹국이 되기보단 실리를 주고받는 정책을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홍 후보는 “외교 문제는 국익을 우선하고 실용을 외교의 근본원칙으로 삼겠다. 우리 국익에 배치되면 어떤 문제도 반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서 남북 핵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핵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신들이 대선 주자로서 어떤 강점이 있는지도 밝혔다. 나 후보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반국가세력들을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가 튼튼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충분하게 축적된 외교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금 나를 제외한 다른 3명은 다 검사와 판사 출신이다. 이런 정치판을 바꾸도록 여러분이 도와 달라”며 “나는 국정원에서 20년 있었고 국회의원 3번과 도지사 2번을 했다. 현장에서 모든 걸 익혔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우리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결코 겪으면 안 될 일을 겪게 했다”며 “한쪽에선 비상계엄이 있었고 다른 쪽에선 서른번이 넘는 탄핵시도로 나라를 망쳤다. 시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은 정권 교체나 연장이 아닌 이재명 정권이냐 홍준표 정권이냐다. 국민에게 양자택일을 한번 물어보고자 한다”며 “내가 원 팀을 이끌고 빅텐트를 만들겠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1차 경선은 오는 21~22일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련 결과는 22일 저녁에 발표될 예정으로 현재 8인인 후보를 4인까지 압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