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끓여 실내 온도 높이기도” 대학가 청년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쿠키청년기자단]

“식수 끓여 실내 온도 높이기도” 대학가 청년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쿠키청년기자단]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급등한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가 자취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유현화 쿠키청년기자

대학가 자취생에게 겨울은 유독 혹독한 계절이다. 대학가 특성상 자취생들은 지역난방을 지원하지 않는 구옥과 원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 방학 기간에는 자취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급격하게 늘어난 난방비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씨가 받은 12월 가스비 고지서. 김씨 제공

난방비 급증에 식비까지 아껴…고지서 받기 전 걱정에 덜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대학가에 자취 중인 김모(20)씨는 지난해 12월 난방비 폭증을 체감했다. 도시가스 난방비로 4만5000원이 나온 것이다. 전년도 같은 시기 대비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같은 온도 환경에서도 월 1만5000원을 넘어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4만5000원이 나왔다”며 “고지서에 적힌 금액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8월 도시가스 요금을 6.8% 인상했다. 지난 2022년 10월 15.9%, 2023년 5.3%에 이은 요금 인상은 국민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은 대학가 자취생에게는 영향이 더 크다.

김씨는 “도시가스 및 전기세 납부일이 가까워지면 얼마가 나올지 몰라 떨면서 지냈기도 했다. 당일 일정 시간까지 계좌에 돈이 준비 되어있지 않으면 도시가스가 끊기는 상황이어서 부모님께 생활비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중의 돈보다 난방비가 더 많이 나와 식비를 줄이게 됐다”고 했다.

전년도 대비 줄어든 2023년 LNG 사용량.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도시가스에 주로 사용되는 LNG 사용량은 2023년 전년도 대비 5.5% 감소했다. 난방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 사용량은 줄어든 현실이다. 지역난방도 다르지 않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대비 2023년 12월 지역난방 종합 단가는 11.5% 상승했으나 사용량은 15.6%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20도이다. 그러나 대학가 자취촌의 경우 건물 단열 부실과 보일러 기능 저하로 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대학가 자취생들은 체감온도를 높이기 위해 난방을 더 해야 하며, 이는 난방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낮에 사용한 핫팩으로 체온 올려…실내 온도 높이기 위해 물 끓이기도

경기 수원시 대학가에서 자취 중인 이모(21)씨는 “구옥에 거주 중이라 보일러 효율이 높지 않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는 최소한으로 트는데, 밤에 너무 추워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는 거주 중인 자취방은 단열이 거의 되지 않는 수준이다. 벽이 얇고, 창도 이중창이 아니다. 문풍지 같은 단열재를 사용해도 큰 효과가 없다. 

이씨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 난방기구도 맘 편히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난방비 절약을 위해 가정용 라디에이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사용량이 많아지면 전기세 폭탄을 받기 때문에 방 공기를 한 번에 올렸다가 끄고 생활한다”고 했다.

보온을 위해 이불 가장자리를 말고 생활하는 모습. 이모씨 제공

이씨는 “낮에 사용한 핫팩으로 체온을 올리고, 담요를 덮고 나서 이불을 덮으면 체감온도가 올라간다”며 “동시에 이불 가장자리를 동그랗게 말아 보온 효과를 높인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자취 중인 박모(20)씨 겨울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박씨는 난방 열 배출구에 고드름이 길게 맺혀있을 정도로 겨울철 온도가 낮은 지역에 거주 중이다.

박씨는 “외출 시에도 난방을 틀지 않으면 동파가 된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겨울 보일러 ‘외출’ 버튼을 누르고 나갔는데 동파된 적 있다”며 “열풍기, 드라이기, 토치로 녹이느라 고생을 했다”고 회상했다.

겨울철 동파를 예방할 수 있도록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서 동파 가능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나,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박씨는 “현재 난방은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코타츠(일본식 좌식 히터)를 사용한다”며 “코타츠를 추운 밤에만 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방한 옷을 입고 생활한다. 내복 위에 패딩처럼 도톰한 일본식 방한용 실내복인 ‘한텐’을 걸친다. 박씨는 또 “물을 자주 끓인다. 식수를 물을 끓여 원룸 온도와 습도를 올리고, 끓인 물은 티 백을 넣어 음료 용도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유현화 기자
hyeonhwa27@naver.com
유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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