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삼성에 또 사법리스크…“檢 무리한 항소” 지적도

갈 길 먼 삼성에 또 사법리스크…“檢 무리한 항소” 지적도

- 검찰, 항소심서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1심과 동일
- 이 회장 “어려운 상황 극복하고 나아갈 것…소명 집중할 기회 달라”
- 일각서는 “검찰의 무리한 항소”·“삼성전자 오너십 필요한 상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쿠키뉴스 DB

검찰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1심의 무죄 판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등이 부당한 합병으로 주주를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졌고,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추진됐다는 것이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법적인 합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병은 사업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됐으나 합병 후의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위기 상황인 삼성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는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박효상 기자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위기론’에 시달려 왔다. 경쟁사에 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도체 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지난달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례적 사과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HBM 개발 관련 적극적인 투자와 판로 확보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더해진다면 삼성전자 경영에 어려움이 더해질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태동하며 관련 업계 CEO들의 적극적인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 상반기 아마존과 퀄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CEO와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한 바 있다. 또한 오너의 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 등이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한 1심과 향후 항소심 판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 목록을 제출하고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하는 것에 그쳤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2일 검찰이 주장하는 부정행위 범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부정행위의 범위가 너무 넓고 대법원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내규 행정 규정 위반 행위까지 모두 개별 부정행위로 처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항소가 무리했다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나왔다”며 “항소를 했지만 기소 내용 및 법리가 1심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긴 시간 재판이 지속되면서 이 회장도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주와 경영진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부당합병과 회계부정이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합병은 주주의 동의를 구하고 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회계 또한 IFRS를 도입하며 원칙 중심으로 진행했다. IFRS 기준에서는 불분명한 경우 기업에게 유리하게 회계처리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무리하게 항소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025년 2월3일 오후 2시로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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