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시장님은 퐁피두만 좋아해?

[에디터 프리즘] 시장님은 퐁피두만 좋아해?

  서영인 쿠키뉴스 부산울산 본부장 


야구팬들이면 누구나 들어간다는 MLB파크.
그 MLB 파크에서 인증하는 세계 3대 야구팬은 밤비노의 저주를 푼 보스턴 레드샥스, 갑자원 오사카 한신타이거즈, 그리고 부산 롯데자이언츠이다. 

LG팬이든 기아팬이던 누구든 이 논리를 부정할 수 없다. 

"하늘은 어찌 날 낳고 공명을 낳으셨는가!" 라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죽은 오나라의 도독 주유처럼 자이언츠팬들은 하늘은 어찌 날 낳고 롯데를 보내셨는가라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여전히 롯데를 응원하는 애증의 관계다. 

그 애증의 깊이는 너무도 깊어 집착의 단계로도 갔다가 다시 무관심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떠나보내지 못하는 가족과 같은 그런 사이라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부산은 구도(球都)라 불린다. 

84년 최동원 92년 염종석 이후 우리는 웃어보지 못했다. 
조선의 4번타자를 가지고 있을때도 우리는 웃어보지 못했다. 
가장 좋은 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아 우리를 부끄럽게도 하고 우리를 의기소침하게도 하는 그런 우리의 자이언츠이다.

그런 자이언츠의 구장, 부산 사직야구장의 재개발 논란이 뜨겁다. 
20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종합운동장 복합개발의 추진 현황과 계획을 담은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야구장은 관람객의 접근성과 이용 편리성, 구장의 역사성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결과에 따라, 좌석 수 2만 1000석 규모로 현재의 위치에 건립한다. 연 면적은 지금의 3만 6406㎡에서 6만 1900㎡로 대폭 늘어난다.
또 아파트가 밀집된 환경 변화와 부산의 응원문화 등을 고려해, 그라운드 레벨을 낮추는 다운필드 방식으로 소음과 빛 공해를 최소화한다.
2031년 새롭게 조성될 야구장은 다양한 기획 공간을 운영해 프로스포츠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복합 스포츠문화 시설로 조성되며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비시즌에도 쉬지 않는 구장으로 재탄생한다고 밝힌다.

시장님은 야구를 잘 모른다, 그리고 마케팅을 너무 모른다 라는 것이 이 계획에서 너무도 명확히 보인다. 

이런 구장 계획, 광주 기아타이거즈 필드가 딱 이렇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창원 NC파크와도 하등 다른 것이 없다. 

부산시의 이 계획에서 전혀 부산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Busan is good"을 가장 잘 알릴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하물며 BIG하지도 않다. 

부산 사직구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대비해서 만들어졌다. 
나중에 필자가 일본에 살때 요코하마 구장을 방문해서 슬픈 감정을 느꼈던 것이, 사직구장이 요코하마구장을 그대로 베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나서였다. 
현대 갤로퍼가 미쓰비시의 파사로인것 처럼 사직구장은 요코하마 구장과 그대로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라클파크는 배리본즈의 홈런볼을 줍기 위해 요트를 타고 줄지어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바다 친수공간에 지어진 구장이다. 
일본 니혼햄파이터스의 새 홈구장 에스콘 필드는 현지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해 지은 개폐식 돔구장이다.
세계최고의 디자인과 시설을 자랑한다. 

구도 부산의 용광로 같은 열기를 담기에는 2만 1천석은 너무도 작다. 시민을 무시하나?

부산의 열기는 필자가 세계 최대의 라이벌리를 보러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가서 직관한 '수페르클라시코' (보카주니어스 vs 리베르프라테)에 못지 않다. 
부산의 관객이 바로 남미의 인차다!

부산시의 이 계획은 만년 적자인 롯데자이언츠를 더욱 적자로 몰것이고(티켓 수입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하물며, 부산은 4만석 이상의 구장도 매진시킬수 있는 빅팜이다!)
이 계획을 위해 또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보수하여 야구장으로 사용하다가 다시 허물어야 하는 엄청난 예산낭비의 계획으로 보인다. 

일본 미나토미라이21 모델을 차용한 건국이래 최대의 항만 개발이라는 북항재개발이 지지 부진하다. 
북항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오라클 파크처럼 부지를 확보하여 친수공간과 연계된 구장을 만들고 부산만의 갯내음과 갈매기 그리고 뱃 고동소리와 부산의 열정을 뿜어낼수 있는 구장은 왜 안되는가?
소음을 걱정하고 빛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시장님이 가까이 있는 일본 키타큐슈의 미쿠니 월드 스타디움만 가보셔도 좋겠다. 어떻게 지자체가 친수공간과 연계된 스포츠 콤플렉스들을 만들고 관리해야하는지. 잘 관리되어 있는 그 현장으로 초대 드리고 싶다. 

한국은 야구장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임대를 하는 식이다. 이번 부산도 시가 주도를 하고, 롯데는 일정 비율 금액을 지원하는 거다. 
그래서 이번 계획에는 너무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제대로된 청사진을 가지고 롯데와 협의를 했어야 한다. 돔구장도 아니고 해변 친수구장도 아니다.
다운필드 방식이 무슨 신공법인가? 

롯데가 돈을 다 대지 못한다면 네이밍라이트(명칭사용권)을 통해서라도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가 축구장 네이밍라이트를 통해 대구은행 DGB파크를 명명했다. BNK를 설득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고 롯데를 설득시키지 못할 이유도 없다. 

롯데는 광복동에 롯데타운을 건립하고 있고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북항 오페라하우스에도 비용을 댄다.
네이밍라이트 협의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예산의 문제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수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는 것이다. 

1000만 관중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야구장의 K-응원문화, 그 응원문화의 가장 선두에 열정의 용광로, 부산팬들이 있다. 

오지도 않는 퐁피두 보다 그런 미술관 보다우리가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이언츠의 야구장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 우리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정말로 시장께 묻고 싶다. 이것이 최선인가?

부산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찾고 , 최상의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자부심이 될수 있는 자이언츠의 심장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 퐁피두 예산을 좀 쓰셔서....

다시 고민 하시라 말씀 드리고 싶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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