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지급되는 ‘첫만남이용권’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했다. 물가 상승으로 육아에 필요한 용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지고 있어, 가구소득을 고려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첫만남이용권 만족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족도는 2023년 4.47점(5점 만점)으로 전년(4.79점) 보다 다소 하락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첫만남이용권의 200만원 바우처를 전부 소진한 2000명을 대상으로 작년 9월18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됐다.
첫만남이용권은 생애초기 가정의 양육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생 아동에게 20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로, 2022년 도입됐다. 당초 출생 직후 200만 원씩 지급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지원금을 첫째아 200만원, 둘째 이상 300만원으로 올렸다. 일부 사행·유흥 업종을 제외하고 사용할 수 있고, 온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자녀 2명 이상을 가질수록, 맞벌이 가구일수록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지난해 기준 두 자녀 가구 만족도는 4.54점을 가장 높았다. 세 자녀 이상 가구는 4.42점이었다. 자녀 1명 가구는 4.38점이었다.
맞벌이 부부 만족도는 4.56점이었으나, 외벌이 가구는 4.41점, 무직 가구는 4.32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고소득 가구일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월평균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만족도는 4.53으로 평균 만족도보다 높았다. 월평균 300만원~400만원 미만 가구(4.45점), 월평균 300만원 미만 가구(4.40점)의 만족도는 평균보다 낮았다.
첫만남이용권에 불만족한 이유로는 ‘바우처 금액 부족’이 77.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바우처 사용처 제한(32.7%), 자녀 출산 후에야 발급받을 수 있어서(27.8%), 신청 후 바로 지급되지 않아서(25.7%), 아동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사용해야 해서(16.9%) 등의 순이었다.
바우처 금액이 부족하다고 답한 가구를 살펴보면 20대(87.5%), 자녀 수 1명(80.2%), 월소득 300∼400만원 미만(82.7%), 무직(93.3%), 전문대졸(79.4%) 가구였다. 자녀 수가 적거나 가구소득이 낮고, 전문대졸 이하 학력의 가구에서 금액 부족을 아쉬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월평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산후조리원에 지출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452개 산후조리원 중 일반실을 운영하는 445개소의 2주 평균 비용은 346만7000원이다. 첫만남이용권 총금액을 훌쩍 넘는 비용으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 가구는 지원금 대부분을 산후조리원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산후조리원 지출은 42%인데 비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은 59.9%를 산후조리원에서 썼다. 첫만남이용권 전액을 사용하더라도 추가로 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아 산후조리원 이용이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소는 첫만남이용권의 현행 이용 방식을 유지하되, 지원 금액은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조사에서 첫만남이용권 금액을 확대한다면 추가 출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현재 바우처 금액에 대해 불만족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가구들에서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연구를 수행한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둘째 이상 출생 아동에 대한 지원이 300만원으로 상향됐다. 금액 증액이 추가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했으나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합계출산율 제고 등 가시적인 성과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정으로 응답한 가구 유형을 보면) 첫째 자녀부터 현행 200만원에서 상향하고 저소득 가구에 추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원 대상을 세분화해야 한다”며 “병원에서 출생신고하고, 자동으로 첫만남이용권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