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친구 팔아 갚는다…위태로운 10대 도박자들 [교실 파고든 도박①]

빚, 친구 팔아 갚는다…위태로운 10대 도박자들 [교실 파고든 도박①]

-청소년 불법 도박 매년 증가 추세
-청소년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해
-청소년 도박은 2차 범죄로 이어져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모습. 사진=이유림 기자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1명만 도박을 시작해도 학급이나 학교로 빠르게 번지는 경향이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1월~8월) 도박으로 입건 및 검거된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수는 328명이다. 지난 2021년에는 63명이 검거됐다. 3년 새 265명 증가한 것이다. 청소년 도박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2019년에 도박 혐의로 형사 입건된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17.3세였으나 2023년에는 16.1세로 낮아졌다.

불법 OTT 사이트에서 도박 시작

청소년은 주로 불법 OTT 사이트에서 불법 도박을 접했다. 불법 OTT 사이트는 무료로 영화나 드라마, 웹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자가 한 불법 OTT 사이트에 접속해 봤다. 첫 화면부터 휘황찬란한 불법 도박 광고 배너가 가득했다. 당일 페이백(환급), 첫 가입 시 충전 등이 적힌 광고는 총 37개. 누르기만 해도 불법 도박 사이트로 연결됐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에서도 불법 도박을 할 수 있었다. 검색창에 도박 키워드를 하나만 넣어도 수십 개의 실시간 중계 영상이 떴다. 유튜브 댓글창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메신저로 오는 광고를 통해 도박을 시작하기도 했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청소년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 5곳에 회원가입을 시도해 봤다. 아이디, 은행, 계좌번호, 예금주, 연락처 등만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했다. 미성년자임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유튜브 도박 중계 영상에도 성인 확인 절차는 전무했다.

“사기 치고 조건만남으로 자금 마련해요” 10대가 말하는 온라인불법도박의 중독. 제작=정혜미PD


성인 도박보다 청소년 도박이 더 심각해

청소년 도박의 경우 1명의 도박 중독자가 수십 명, 수백 명의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이 주변 친구를 도박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자신의 추천으로 친구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면 이른바 ‘꽁머니’(공짜 머니의 줄임말.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할 때 사용하는 돈)를 받을 수 있다. 돈을 잃은 청소년이 도박 자금을 얻기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셈이다. 경찰청이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벌였다. 전체 청소년 도박 검거 인원 1035명 중 친구 소개로 도박을 한 청소년이 498명이었다. 전체 약 48%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잘 다루는 청소년의 특성을 이용해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도 있었다.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는 불특정 다수 청소년에게 인스타그램 등 SNS 메신저를 보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어렸을 때부터 모바일 기기를 접한 요즘 청소년은 SNS 사용에 익숙하다. 이들은 또래들이 도박을 접할 수 있도록 SNS에 홍보글을 올린다. 학교에서 코딩을 배우는 점이 도박 운영에 이용되기도 한다. A씨는 “청소년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SNS 이용을 잘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애들은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좋아 운영책으로 탁월하다”며 “잘 키운 청소년 1명이 어른 20명 몫을 한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중계되는 불법 도박 게임 영상. 유튜브 캡처

청소년 도박 중독은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도박으로 진 빚을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의 돈을 갈취하거나 성매매를 시키는 등의 2차 범죄로 이어진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2년6개월간 도박을 하다가 중단한 청소년 B군은 도박빚을 많이 진 친구에게 1200만원을 빌려준 경험이 있다. 그는 “빚이 많은 친구는 여성인 친구에게 조건 만남을 이용한 사기를 시켜 돈을 벌었다”며 “금은방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 빚을 갚거나 중고 사이트에서 사기도 치더라”고 말했다.

유세진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은 “도박빚을 진 청소년이 가장 먼저 하는 게 친구한테 돈 빌리기”라고 말했다. 유 경장은 “빚이 늘어나면 나중엔 친구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며 “공갈과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경찰서에 접수된 사례 중에는 친구에게 중고 사이트에서 사기를 치도록 종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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