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이미지 덫에 걸린 野, 정치 본질은 사진에 없다 [취재진담] 

‘친명’ 이미지 덫에 걸린 野, 정치 본질은 사진에 없다 [취재진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왼쪽부터)·추미애·전현희·강득구 의원이 이재명 전 대표 뒤로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른쪽 귀로부터 흘러내리는 피가 얼굴에 흥건한 채 단상 아래로 피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두 다리로 일어서며 연단에 솟아 나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싸우자(Fight)”. 트럼프 뒤로는 푸른 하늘에 거대한 성조기가 펄럭였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5일 유세하던 도중 귀에 총을 맞았고 이같은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대통령 후보 암살 시도라는 불의의 사건이 ‘불사조 트럼프’라는 이미지로 순식간에 변했다. 

트럼프가 귀에 총을 맞고 곧바로 연단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순간을 찍히길 간절히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에게 ‘사진 정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다. 존F케네디는 대표적으로 이미지를 활용해 정치적 성공을 거둔 인물로 평가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재앙을 몰고 온 히틀러도 이미지 메이킹의 대가였다. 

최근 민주당에서도 ‘사진 정치’가 대세인 듯하다.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를 연임하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 당내에선 이 대표와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본인을 알릴 수 있는 확실하고 효과적인 전략방식이 됐다. 이에 지난 8월 18일에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명팔이’를 하기 위한 ‘사진 한 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일부 후보들은 이 대표 옆자리를 사수했으며, 심지어 본회의장에서는 이 대표가 앉아있는 자리 주변으로 의원들이 모여들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걸 본 한 중진의원은 “동물원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가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정책 논의나 국민과의 소통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동안 당내에서는 정책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와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그걸로 당원들이 표를 주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당대회에서 ‘명팔이’ 사태는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된 사례 중 하나다.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은 정책 능력이다. 국민들은 누구와 사진을 찍었냐로 표를 주지 않는다. 국민에게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지 정치에 매몰될수록 대중적 신뢰도와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약화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국민들도 무엇이 중요한 지 다 알고 판단한다. 사진이 아닌 발을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건 본질”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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