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SK에 퇴임 후 생활비 요구…300억 메모가 증표” 

“노태우, SK에 퇴임 후 생활비 요구…300억 메모가 증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6공 비자금’ 메모와 관련, 기존 판결과 다른 증언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메모를 근거로 6공 비자금이 SK에 흘러갔다고 봤으나, 반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에 노후자금을 요구한 증거라는 추가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을 취재한 내용이라며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로 노태우 측에 간 약속어음 300억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후자금”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6공화국 시절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 등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인물이다. 

이 논설위원에 따르면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자금을 관리하는 이원조 전 경제비서관이 사돈기업에 통치자금 이야기를 해서 (선경에서 노태우 측에) 꾸준히 줬다”며 “노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후에도 제대로 줄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서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 어음을 준 것”이라고 했다.

손길승 SK 명예회장도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손 회장은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 전 비서관이 노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음 발행일은 지난 1992년 12월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틀 전 날짜로 알려졌다.

앞서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에 300억이 건네졌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였고, 해당 자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SK그룹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분이 인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이 근거가 됐다. 

다만 최 회장 측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적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300억원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 측의 압박에 노후자금 명목으로 준 것이라는 반박이다. 해당 약속어음의 경우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최 회장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된다. 

향후 대법원에서는 300억원 비자금에 대한 진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달 초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항소심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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