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역 내수면 어민 어획량 급감
- 향어양식장 1억원 손해 입히기도
- 비살상적 방법에서 적극적 방법으로
- 조류전문가, 유해야생동물 지정 신중해야
- 환경부, 1, 2차 전문가 토론 걸쳐
민물가마우지 “불편한 동거” 그 후 1년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지난 해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민물가마우지의 실태에 관해 심층 보도했다. 민물가마우지의 유해야생동물 지정 여부가 이 달 안에 결정되는 가운데 지난해 취재했던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 지천 등 민물가마우지 번식지와 피해현장을 다시 돌아보았다.

양식장서 꽹가리 두드리는 80세 노모
“80세가 넘은 어머니가 매일 아침 가두리 양식장에 나아가 꽹과리를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어요. 한번 질 좋은 물고기를 맛본 놈들이어서 어느 샌가 떼로 몰려와 값비싼 물고기를 잽싸게 물고 달아났어요” 강원도 평창에서 송어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재용(62) 사장은 지난 4월 불과 10일 사이에 물고기 도둑 민물가마우지 무리에게 송어 치어 2만5000마리를 잃었다.

“처음에 한두 마리가 와서 먹을 때는 그 동안은 백로와 왜가리들도 날아와 몇 마리씩 고기가 없어지긴 했어도 새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제가 판단을 잘못 한거지요, 이 놈들은 어느 날부터는 떼로 몰려와 먹기 시작하더니 큰 수조에 있던 고기들을 거의 다 먹어치우더라구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 사장은 새로 치어를 구입하고 양식장 전체에 망을 씌우느라 8천만 원의 돈이 들었다고 말한다.
전북 김제에서 향어와 메기를 키우는 남원수산은 지난겨울 향어를 가마우지 무리가 15톤가량을 먹어치우고 절반가량은 폐사해 1억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인근 예빈수산도 출하를 앞둔 메기를 모두 잡아먹어 5천만 원가량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서남해안의 가두리 양식장과 바닷가에는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천여마리 이상의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남원수산 송석원(81)사장은 “가마우지의 피해도 크지만 사실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천연기념물 수달의 피해도 심각하다. 우리 양식장 바로 옆 하천에는 아예 수달 가족이 굴을 뚫고 살면서 수시로 수조에 들어와 물고기를 잡아가고 그물도 찢어 놓는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멸종위기 관심 등급이거나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던 동물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역습이다.
전국내수면어업연합회 한진규(62) 회장은 “대부분 내수면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자’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린 우리는 정말 심각하다.”면서 “어민들의 생계 못지않게 물 속 생태계가 파괴되는 건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가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민물가마우지는 강원도내 9개 시·군 하천과 호수, 저수지 등 42곳에서 2만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강 수계에서 민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내수면 어민들은 정상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거나 아예 어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 서·남해안에서 가두리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 역시 민물가마우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현행 법 규정상 피해보상도 쉽지 않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철새였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3.0㎏ 내외의 중대형 물새류로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100여 쌍이 번식하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뒤 한강 상류 및 내륙 습지로 집단번식지가 점차 늘어나면서 텃새화되고 있다. 2022년 1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조류 동시총조사 결과, 국내에는 3만2196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물고기 사냥 능력이 뛰어나고 먹성 좋은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어족자원 손실과 배설물로 인한 수목 백화 현상 등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마우지가 마리당 20~50g 정도 쏟아내는 배설물로 인해 작은 수역의 수생태계 교란과 상수원 오염도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일은 강 본류나 저수지에서 무리지어 생활하던 민물가마우지가 최근에는 인근 지천까지 몰려들면서 우리 고유 어종까지 눈에 띄는대로 대로 잡아먹고 있는 현실이다.

(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 이완옥 박사(64)는 “민물가마우지가 세력을 넓혀 강에서 계류까지 올라와 먹이활동하면서 토착화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라며 “피해가 가장 심한 강원도에서 우선 시범적으로 기간을 정해 퇴치사업을 시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증식… 세계적 골칫거리
어민들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환경부에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지자체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는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소음 유발로 번식 방해 등과 같은 비살생적 방식에 의한 개체 수 조절만 허용한 상태인데 유해 조수로 지정해 포획 등 적극적 구제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가마우지의 역습은 지구온난화로 4계절 먹이활동이 가능해지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천적 감소, 4대강 사업 등으로 인공섬이 늘어나고 물속이 안정적이어서 그들의 쉼터와 먹이터, 산란터가 풍부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인간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가마우지의 증가는 세계적 추세로 각 나라도 가마우지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날짐승을 퇴치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아마 다른 유해조수처럼 그들과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한다. 일정한 숫자를 잡아내도 워낙 번식력이 좋아 그 자리를 또 다른 민물가마우지가 메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잘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과 7월 6일, 2차례 걸쳐 조류와 어류전문가, 해양수산부, 환경 담당공무원, 어업인이 참여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어 환경부는겨울철새인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로 발생하고 있는 내수면어업과 양식장, 낚시터 등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민물가마우지 포획이 자연계에 어떤 영향을 나타낼지 판단해 이달 말 유해조수 동물지정을 최종 결정한다. 민물가마우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피해지역 주민 등은 지자체로부터 포획허가 등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민물가마우지 텃새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와 관련기관, 어업인과의 토론회를 마쳤다.”면서 “이 달 안에 유해야생동물 지정 추진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인제‧홍천‧강릉=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취재지원=왕보현‧이종원 생태조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