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개인대출까지 감면?..도덕적 해이 부추겨

‘새출발기금’, 개인대출까지 감면?..도덕적 해이 부추겨

도덕적 해이 부추겨

쿠키뉴스DB

고금리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무리해서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되는 ‘새출발기금’이 출범한 지 4개월에 접어들었다. 도입 취지와 달리 소상공인의 개인 대출도 감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영업자 빚은 10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새출발기금으로 빚을 감면받아야 하는 이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채권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해 채무조정에 나서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다. 즉, 코로나19 시기 경제적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법인 사업자인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중 3개월 이상 장기연체 등으로 부실이 이미 발생한 이들과 조만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의 상황에 맞춰 금리 부담을 낮추고, 원금을 감면하는 방식이다. 

새출발기금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빚이 15억원을 넘지 않으면서 90일 이상 연체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자기 재산을 초과하는 빚의 80%까지 탕감 받는다. 기초수급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경우 최대 90%까지 탕감 받을 수 있다. 또한 최대 10년까지 빚을 나눠서 갚아도 된다.

다만 빚을 감면 받아야 하는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원금이나 그럴 필요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도 새출발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출발기금은 도입 초기부터 원금이나 이자를 감면받기 위해 고의로 신용점수를 낮추거나 대출을 연체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세청과 연계해 엄격하게 재산·소득 심사를 할 예정”이라며 “주기적 재산조사를 통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의로 빚을 탕감 받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채무조정을 성실히 마칠 때까지 신용카드 사용이나 금융활동 대부분이 제한되도록 했다. 

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꽤 되었지만 아직 빚을 갚고 있다”면서 “새출발기금으로 부담을 덜어낸 대신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워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때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지인이 새출발기금을 지원받았다고 해서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새출발기금 안내 서비스를 취재한 결과 기존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재 소상공인의 개인카드로 집행된 카드론, 할부 결제금, 개인 명의로 받은 대출도 감면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단,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한 사람에 한해 새출발기금 홈페이지에서 채무 조정 대상자임을 확인 받아야 한다. 

채무조정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손실보전금이나 보상금을 수령한 내역을 통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임을 증명하면 된다. 보상금을 수령한 적이 없더라도 괜찮다. 금융기관에서 지난해 8월 29일 이전에 만기연장, 상환유예, 이자유예 등을 이용한 내역이 있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고금리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는 여전히 어렵다. ‘코로나19의 연장선’에 있다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 정책 금융 상품이 도입되고 활용되는 것은 반갑지만, 꼭 필요한 이들을 집중 지원하는 데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지원 대상자의 범위와 지원 금액이 커질수록 발생한다. 

한편 새출발기금 외에도 코로나특례 보증, 고신용 희망대출플러스, 중저신용 희망대출플러스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일상 회복을 돕는 맞춤형 종합 금융지원이 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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