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째 정치인…국회의원→구청장 변신한 정문헌, 종로 향한 애착 [쿡 인터뷰]

3代째 정치인…국회의원→구청장 변신한 정문헌, 종로 향한 애착 [쿡 인터뷰]

외조부 때부터 정치권 관심…국회의원에서 구청장 도전
“주거·교육 환경 개선해 청년층 유입해야”
“종로에 ‘문화벨트’ 형성할 것”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1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 속초·고성·양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돼 의원 생활을 하다 구청장으로 변신한 인물이 있다. 재선 출신의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 구청장의 외조부는 전진한 초대 사회부 장관, 아버지는 4선 의원을 지낸 정재철 의원이다. 이 때문에 어릴 적부터 정치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정 구청장은 자신이 살아온 터전인 종로구에 많은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살기 좋은 종로를 만들기 위한 구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는 정 구청장은 정치와 행정의 차이를 인지하며 ‘종로구의 변화’를 위한 업무를 차근히 진행하고 있었다. 청년층의 유입을 도울 구상에 대해 눈을 빛내며 설명하는 정 구청장을 16일 쿠키뉴스가 만나봤다.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정치권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전진한 초대 사회부 장관께서 외조부시다. 외조부가 4선 국회의원을 지내시는 등 어릴 때부터 정치에 노출돼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며 정치학을 공부했고 아버지도 정치인이셨다. 아버지께서 정치를 그만하신다고 하며 후계자를 양성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후계자로 선발해 놓으신 분이 다른 당으로 건너가셨다. 어머니가 당시 병환이 중하셨는데 아버지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고 오시더니 선거에 나가라고 독려를 받으셨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셔 ‘안 되지, 안 되지’ 하시다가 16대 때 출마하셨다가 송문헌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하셨다. 그러다 우리 당에서 처음으로 당원들이 저를 끌어내서 당협위원장 경선을 하며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17대 때 송문헌 후보에 이겨 의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세상의 일이 다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의원에서 구청장이 된 계기는
▶사실 선거 직전까지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줄 알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12년 동안 사실상 (종로구가) 사고지구당이었다. 당협위원장이 없어서 사고 당협이었고 관리가 안 됐었다. 지난해 저더러 당에서 종로는 공천 보장은 못 하지만 그래도 지역으로 내려가 구청장과 구의원을 만들면 내후년 선거에서 (경선을) 해 볼 만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를 그만두려 하다 위원장으로 그렇게 종로에 오게 됐다. 그러다 갑자기 이낙연 전 총리가 국회의원을 그만둬서 보궐선거판이 벌어졌다. 구청장 후보를 찾는 건 둘째 얘기고 선거를 우선시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최재형 의원이 그때 딱 (종로로) 내려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정치를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가 다시 시작한 건데 의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이라는 건 결사체 아니냐. 우리 당의 문제점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의리가 없다는 거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했다. 당협 조직을 만들어놓은 게 있으니 최재형 의원 선거를 돕고 정치를 그만두려 했는데 선거 막바지쯤 되니 구청장 얘기가 나왔다. 이곳의 지자체장을 뺏기면 ‘말짱 도루묵’일 테니 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여기서 자랐으니 동네 변한 것도 다 알기 때문에 구청장으로 출마하자, 이렇게 결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원래 정치했을 때는 외교 안보 쪽에 관심이 있었고 지방 정치 쪽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구청장이 됐다. 주민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어 좋다. 이 자리에 제가 있도록 선택해주신 분들의 뜻을 이뤄드릴 것이다.

-정치와 행정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군대로 비유해보자면 국회의원은 병참이다. 직접 나가 전투를 하지 않는다. 어떤 업무를 하는 데에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면 해당 예산을 끌어오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 중앙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시행령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한다. 행정은 집행부의 역할이다. 사업을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차이는 ‘출근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의원을 했을 때는 출근 시간이 없었다. 저녁형 인간인데 조찬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회의가 시작돼도 제가 주재한 게 아닌 이상 나왔다 들어왔다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청장은 주민이 찾으면 어디에 있는지 다 안다.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곳에서도 공무원과 직원이 같이 상의해 결과를 내야 하는 집단인데 제가 직원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겁내지 말고 하라’는 것이다. 책임은 제가 진다. 구를 변화시키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정치와 행정의 차이를 잘 인식하고 종로를 멋지게 변화시킬 계획을 지니고 있다.

-종로구 변화의 계획은
▶종로구는 ‘정치 1번지’라고 불렸다. 정치 1번지라는 말에는 문화 1번지, 교육 1번지라는 말이 다 포함돼 있었다. 그러다 강남이 개발되며 주거 부분이 빠지더니 점차 문화·교육 1번지의 의미가 퇴색되고 정치 1번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만 남았다. 제가 보기에 예전의 종로 모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나 남은 게 문화인데 정치 1번지라는 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종로구에는 문화재가 많다. 갤러리도 많다. 구청에서 민간을 지원해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이 융합되게 한다면 ‘문화벨트’도 형성될 거라 믿는다. 문화벨트는 평창동, 경복궁, 청와대, 인사동, 창덕궁, 창경궁, 종묘, 대학로 공연 예술거리로 이어지는 구상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다. 21세기는 문화가 신성장동력이다. 주거의 동력과 문화적 환경이 맞물린다면 균형 잡힌 도시재생이 가능할 것이다. 구도심의 모습을 바꾸는 거다.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 공간은 주변 환경이랑 어우러지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테니 재택근무가 편리하고 적은 인원이 살기 적합한 주거 지역을 새로 만들려 한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종로는 지역적으로도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환경과 교육이 잘 어우러지면 대대손손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다. 

-청년 유입에 대한 구상은
▶종로구는 고령 인구 비율이 19.4%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네 번째로 높다. 청년들의 종로구 유입을 위해서는 일자리, 교육과 문화 인프라 개선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주거환경을 개선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꼭 아파트가 아니어도 된다. 최근 고층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전망이 좋고 사는 게 매력 있다고 느껴질 정도의 집이면 청년 유입이 잘 될 것이다. 편의시설과 운동하는 길 같은 게 잘 마련이 돼 있는 타운하우스 같은 경우 사람들이 많이 살고 싶어 한다. 또 건전한 젊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 정착하려면 교육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종로구에는 100년 이상 된 학교들이 많기에 시동만 걸리면 빠르게 교육환경의 정상화를 이룩할 수 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만 한다면 교육환경도 차례차례 개선될 것이다. 재개발 논의도 많이 되고 있는데 자연과 어우러지게 도시를 정비하고 길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으니 차례차례 실현해 나가려 한다. 현재는 문화관광벨트 조성과 미래 교육 청년 일자리 플랫폼 구축, 미래형 스마트 그린 도시 창신동 등을 구상 중에 있다.

-광화문 광장이 더는 정치의 장소가 아니라는 말은
▶예전에 광화문을 시위의 장소로 썼던 이유는 청와대가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진 어떠한 목소리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그곳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했다. 시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청 앞이나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광화문은 시민이 쉬고, 놀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행위를 하시는 분들이 효과를 거두시려면 어디서 전략적으로 이를 행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문헌에게 ‘정치’란
▶구청장은 정치행위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정치적 욕구를 행한다기보다는 행정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치에서의 대립과는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의 본질적인 의미에 접근하면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정치 행위를 사람이 언제 제일 먼저 할 것 같으냐’고 질문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부모님께서 야단치려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 딱 붙을 때가 있다. 힘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다. 이것을 정치라고 부른다. 사람은 사회를 구성하고 살기 때문에 정치가 밉건 곱건 그 행위를 떠날 수가 없다. 모든 게 정치라는 행위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치 행위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산다는 말이다. 정치는 권력이든, 돈이든, 군사력이든, 지위든 힘이 작동하고 그것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업무에 접목한다면 구청장인 저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인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려 국민의 요구를 혼신을 다해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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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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