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쓰러졌는데 남녀가 어딨나…시민들이 도왔다" 최초 신고자 반박

"사람 쓰러졌는데 남녀가 어딨나…시민들이 도왔다" 최초 신고자 반박

"전철 안에서 여성 쓰러지자 사람들 몰려와…男 2명, 女 1명이 옮겨"

최초 119 신고자가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의 응급 조치가 끝난 후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 최초 신고자 제공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지하철에 사람이 쓰러졌는데 남녀가 어딨나요. 남녀 할 것 없이 시민들이 쓰러진 분을 도왔습니다"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쓰러진 여성을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젠더 갈등으로 번졌다. '여성에 도움을 뒀다가 자칫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어 꺼려진다, 왜 꼭 남성이 여성을 도와야 하나'는 취지의 주장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립하면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실제 구조 현장에선 '남'과 '여'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초 신고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7일 지하철 논란의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A씨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앞에 서 있던 여성분이 쓰러지자마자 남녀 할 것 없이 다가왔고 남성 두 분과 여성 한 분이 그분을 들어 열차 밖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5시48분경 3호선 압구정역을 앞두고 좌석에 앉은 A씨 앞에 서 있던 여성 B씨가 A씨 위로 쓰러졌다. A씨가 119에 신고하는 사이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이중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B씨를 들어 압구정역에서 하차했다. 

이후 역무원이 달려와 B씨의 장화를 벗겼고 의료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달려와 응급처지를 도왔다는게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사고 당시 지인과 나눈 카톡 대화를 보면 A씨는 '주위 분들이 도와줬다' '남자들이 밖으로 옮기고' '역무원들이 달려와서' 등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B씨가 쓰러지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괜찮나'라고 물어보고 다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왔다"며 '쓰러진 여성을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4일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 주변에 있던 남성들이 여성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 해당 칸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위 남성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 "신고하라" "손을 주물러라" 등의 말만 남겼다며 "아주머니들과 젊은 여성들이 도와서 지하철 밖으로 쓰러진 여성을 부축해 나갔다"고 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여성을 도와줬다가 성추행으로 몰린 사례가 있는 만큼 가만히 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란 주장과 도와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맞섰다. 

실제 지난달 대전의 한 음식점 화장실에서 구토 후 쓰러진 여성을 도와준 남성이 억울하게 성추행범에 몰렸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던 만큼 댓글 상당수가 '여성을 돕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남성이 왜 꼭 여성을 도와야만 하냐', '사회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의견이 나오며 젠더 갈등으로 비화했다. 

여기에 언론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은 관련 뉴스를 공유하며 '짧은 반바지 입은 여성'를 제목에 '핫팬츠녀'로 자극적이게 쓸 필요가 있냐고 지적했다.

A씨는 "B씨 복장은 반바지에 긴 장화를 신은 정도였다"며 "B씨가 쓰러지자마자 사람들이 몰려 둘러쌌다. 처음 글 작성자분이 주변 분들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상황이 벌어진 곳과 좀 멀리계셔서 잘 못보신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응급조치가 끝날 때까지 B씨 곁에 남아 있었다는 A씨는 "(사람들이 나서서 돕는 모습을 보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생각에 굉장히 훈훈한 기억으로 남는다. 인터넷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아무도 돕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봤었는데 (실제) 사람이 쓰러지니 이렇게 다들 모여서 돕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기억과 달리 온라인에서 논쟁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이) 쓰러진 건데 꼭 성별을 따져야 할까"라며 "그분은 그냥 쓰러진 것 뿐인데 일부 기사에서 '핫팬츠녀'라고 제목이 나온 것도 좀 (마음이 불편했다)"이라고 불쾌함을 내비쳤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연을 처음 알렸던 누리꾼은 지난 6일 해당 커뮤니티에 '지하철에서 생긴 일 원글 작성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핫팬츠와 도와주지 않는 남성들'로 기사화하니 정말 언론이 더 남녀 분쟁을 더 키우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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