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에 온 중국·러시아인 실종자 가족들

[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에 온 중국·러시아인 실종자 가족들

[쿠키 사회] 21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팽목항 부두 구석에서 한 외국인 여성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갈색 머리칼을 대충 틀어 올려 묶은 여성의 푸른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여성의 앞에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위험. 접근금지’ 띠가 묶여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안산 단원고에 재학 중이던 러시아 국적의 아들 세르코프 야체슬라브 니콜라예비치(18)군을 잃은 어머니 A씨는 부둣가에 앉아 울었다. 수색 엿새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아들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릎을 감싸고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 뿐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르코프군은 ‘슬라바’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정부의 심사를 기다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가끔 한국말로 “(아들을) 꺼내줘”라고 읊조리며 울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아내를 러시아 말로 위로하며 어깨를 토닥였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 한모(37)씨의 언니도 동생을 삼켜버린 바다 앞에 앉아 있었다. 한씨는 남편 이모(38)씨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가 엿새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언니는 바다 앞을 지키며 인양된 시신이 나올 때마다 상황실 게시판으로 뛰어갔다. 언니는 “동생의 이름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면 계속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10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는데 이런 일을 겪다니…”라며 “동생은 사고 직전에 ‘너무 행복하다’며 배에 오르는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고 울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정부경 기자 spring@kmib.co.kr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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