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전세보다 ‘월세 100만원’ 택하는 세입자들

전세 불안에 월세 시장 가속화
전세 거래 줄고 고액 월세 증가

불안한 전세보다 ‘월세 100만원’ 택하는 세입자들
경기 고양시 지축역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전세 사기 우려로 인한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월 1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거래가 급증하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구분 없이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822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월세 거래는 63.8%에 해당하는 524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 월세 계약에서 소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월 55.2%, 2021년 1월 55.4%, 2022년 1월 57.2%, 지난해 1월 61.7% 등 매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액 월세 시장도 확대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월세 계약 3건 중 1건은 월세 100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직방은 서울 아파트 임대차 월세 100만원 초과 거래 비중이 34.5%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만원이 넘는 초고가 거래도 11.2%로 조사됐다. 학군‧교육 및 고급 주거 수요가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위주로 고액 월세가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의 경우, 지난해 100만원 초과 월세 거래 비중이 51.5%로 절반을 넘겼다.

‘빌라왕’ 여파…월세 수요 몰린 빌라

전세 사기 우려로 인해 기피 현상이 이어진 빌라(다세대‧연립주택)에서도 월세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총 2만1146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9268건, 월세 거래량은 1만1878건으로 드러났다. 월세 거래량은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세 100만원 이상 고액 빌라 거래량도 상승했다. 지난 1월 전국 빌라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량은 923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빌라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량은 696건으로 전체의 75.4% 비중을 차지했다. 월세 100만원 거래량은 2019년 153건, 2020년 175건, 2021년 225건, 2022년 495건, 2023년 802건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등에 따른 전세 기피 현상으로 빌라 임대차 시장에선 월세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까지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1만3433건에 달했다. 특히 이 중 6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전세 사기 피해가 극심했던 인천에서는 피해자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안한 전세보다 ‘월세 100만원’ 택하는 세입자들
쿠키뉴스 자료사

공급부족‧전세 사기 맞물린 오피스텔 시장

공급 부족과 전세 사기 여파로 오피스텔도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은 3만6068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2만 3287건으로 2019년(2만 2168건)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거래량도 7375건으로 2013년(6292건)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월 60~99만원의 고액 월세 비중이 늘어났다. 올해 서울 60~99만원 월세 거래량은 1만7351건으로 거래 비중 48.1%를 차지했다. 특히 월 100만원 이상 거래는 4483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4년 서울 오피스텔 거래 비중 71.2%를 차지했던 월세 1~59만원 거래량은 1만4234건으로 전체 거래 39.5%으로 급감했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에 대한 부담감이 월세 선호 현상을 키웠으며 안전장치 마련 전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팀 차장은 “전세 사기 우려와 전세보증한도가 축소되며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며 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 수요가 몰리고 있어 당분간은 월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금리가 인하되면 전세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10~20만원 더 내더라도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라며 “월 120만원을 낸다하더라도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시장에 사기로부터 보증금을 지킬 수 있도록 보증보험 한도를 올려주는 등 안전장치가 생긴다면 월세 수요가 전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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