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이번에도 ‘첩첩산중’…돌파구 시점은 언제쯤

금융지주 계열사…KB·NH증권 호실적, 신한·하나 ‘부진’
대형 증권사, 미래에셋·메리츠증권 ‘순이익 급감’
올해는 다르다…“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

증권사 실적 이번에도 ‘첩첩산중’…돌파구 시점은 언제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최근 금융지주 계열을 비롯해 다수 증권사의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완료됐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태다. 정부의 자본시장 제도개선 추진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77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1조292억원) 대비 약 25% 급감한 수준이다.

이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22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우선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2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 봐도 적자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 규모는 2565억원이다. 직전 분기도 489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김정기 하나증권 CF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B 투자 자산 부실화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충당금 평가 소송 발생과 차액결제거래(CFD), 펀드 보상 등 일회성 비정상 요인이 주요 손실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4125억원) 대비 75.5% 급감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젠투(Gen2)신탁·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된 사적화해 충당부채 약 1200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호실적을 선보였다. KB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896억원으로 전년(1878억원) 대비 107.5% 증가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시현했다. 자산관리(WM) 금융상품 판매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성과를 낸 결과라고 KB증권 측은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도 5530억원으로 전년(3029억원) 대비 82.56% 증가했다. 특히 운용손익 관련 부문의 증가세가 돋보였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는 8804억원으로 전년(4184억원) 대비 110% 급등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금리 하락으로 채권평가손익이 개선된 게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타 대형 증권사들 역시 대다수가 부진한 실적을 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8.8% 줄어든 5899억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도 57.8% 급감한 29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 부진 배경에는 지속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충당금 적립과 손실 등이 꼽힌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기조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국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해외 투자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투자목적자산 7조5000억 가운데 지난해 4분기 3500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미국과 유럽, 홍콩 등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서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48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프랑스 마중가 타워는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인식됐다.

다만 올해 증권사들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는 기대감도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방안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가담하게 되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거래대금이 늘면서 수수료 수익이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며 “증권사 측에서도 브로커리지 부문이 작년보다 훨씬 더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과 키움·한국투자·미래에셋·대신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을 전년(2조원) 대비 55.8% 증가한 3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의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다는 얘기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PF 및 해외투자자산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으로 대다수 증권사의 큰 폭의 적자 인식이 예정돼 기저효과가 존재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예고에 따른 시장의 관심 확대도 기대감의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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