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병원서 마주한 나의 가족, 우리 강아지

국내 최초 병원 ‘반려동물 면회’에 환자·가족 큰 호응
보바스기념병원, ‘치매환자 매개치료’ 운영하며 기획
“신청 잇따라… 모든 환자 유익한 시간 위해 노력”

“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병원서 마주한 나의 가족, 우리 강아지
14일 보바스기념병원 정원에서 환자와 가족의 면회시간이 마련됐다. 이 날은 특별히 반려동물도 함께했다. 조용하기만한 병원에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와 보호자들의 웃는 소리가 간간히 울려퍼진다. “이렇게 밖에서 엄마와 햇살을 맞아보는 게 얼마만인지. 강아지도 보고, 엄마도 즐겁지?” 보호자가 환자 손을 잡으며 웃어보였다.   사진=박선혜 기자

“아빠, 우리 우유 부드러운 털 느껴지지? 보여? 이렇게 조그만 얼굴에 강낭콩 같은 눈, 코, 입 세 개 붙어있어. 귀여운 발도 기억해줘. 이거는 내 손, 이거는 우유 손….”

병원 뒤뜰에 내리쬐는 4월의 따듯한 봄 햇살. 그 아래 휠체어를 탄 56세 문모씨, 그리고 그 가족들이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와 딸, 그리고 특별히 강아지 ‘우유’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문씨를 만나러 왔다. 

문씨는 4년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뇌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는 걸어 다닐 수도,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없게 됐다. 문씨의 눈짓, 손짓 하나하나에 문안을 온 가족들의 신경이 집중되고는 한다.   

이 날, 문씨가 조금 더 적극적인 표현을 보인다. 가족들과 함께 강아지의 이름을 따라 부르며 쓰다듬는 듯한 행동을 한다. “고양이도 키우고 동물을 참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라며 문씨 아내는 그의 머리를 연신 어루만지면서 글썽였다.  

문씨 아내는 “아빠의 빈자리가 길어 가족 모두가 참 외롭고 우울했다. 이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 싶어 1년 전 강아지 우유를 입양했다. 이후 가족이 많이 밝아졌다. 이 기분을 남편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어서 면회 동안 우유 얘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언젠가 한 번은 꼭 우유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병원은 동물 출입이 안 되다보니 평생 못 보여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렇게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롯데재단 보바스기념병원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면회 이벤트가 열렸다. 주치의 허락 하에 면회가 가능한 환자와 가족 10팀이 선정됐다. 면회 시간은 40분으로, 그 동안 실내에서 15분간 짧게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동물을 꺼리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이벤트는 정해진 구역에서 이뤄졌다.  

“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병원서 마주한 나의 가족, 우리 강아지
치매로 입원 중인 강모씨(86)와 그의 가족들이 단란한 면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푸들 ‘루시’가 강씨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86세 강모씨와 그의 가족들도 지금껏 가진 어떤 면회보다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동행한 푸들 ‘진아’와 ‘루시’는 강씨의 곁을 맴돌며 힘차게 뛰어 놀았다. 조용하기만 하던 병원이 강아지들의 소리와 보호자들의 웃음으로 활기를 띠었다. 

강씨는 치매 증상이 심해진 이후 2년째 이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약 10년 전, 치매 초기 당시에는 거동이 가능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는데, 보호자들은 3년 동안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데 반려동물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7년 동안 강씨를 돌봐온 딸은 “엄마가 치매 초기였을 때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엄마 옆에서 반응해주고 감정을 교류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때는 직접 강아지랑 산책도 다니고, 말도 나누면서 우울한 감정을 많이 극복하셨던 것 같다. 강아지를 참 좋아하셨다”며 “병원에 들어가신 이후에는 키우던 강아지를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다 느낄 수 있다. 표현이 어렵더라도 예전 정서를 교류했던 반려동물을 만나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서 “이렇게 바깥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오랜 시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려동물, 치매환자 정서 개선에 도움… “환자·보호자 모두 긍정적”

여러 연구 결과들이 ‘반려동물 매개치료’가 치매 환자들의 분노,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정서적 교류를 통해 안정감을 준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보바스기념병원은 올해 3월부터 치매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강아지·고양이 매개치료를 시작했다. 한국반려동물협회와 연계해 매주 1회 진행한다. 이번 반려동물 면회 역시 같은 취지로 기획됐다.  

허유래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그 동안 환자에게 반려동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가족들이 많아 병원 측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이번에 큰 결심을 하고 국내 병원 최초로 반려동물 면회를 도입한 것”이라며 “안전상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 구역 분리, 진행 인원 구성 등 준비를 많이 했다. 긴장도 했지만 환자나 가족들의 호응이 매우 높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 면회는 상반기, 하반기로 계획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면회 횟수를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모든 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이번 반려동물 면회도 다른 병원에서 관심을 갖고 문의를 준다면 언제든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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