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액셔니스타, 즐기는 자의 위력 [‘골때녀’ 최애 월드컵⑤]

<편집자 주> 박선영을 응원하자니 한혜진이 눈에 밟히고, 한혜진을 응원하자니 옐로디가 걸린다. SBS 여자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얘기다. 마음 같아서는 여섯 팀 모두를 응원하고 싶지만, 하늘 아래 우승팀은 한 팀 뿐. 누군가는 패배의 쓴맛을 봐야 한다. 당신, 아직도 어느 팀을 응원할지 몰라 망설인다면 아래 기사와 함께 ‘최애’를 골라 보시라. 이름하여 [‘골때녀’ 최애 월드컵].
FC 액셔니스타, 즐기는 자의 위력 [‘골때녀’ 최애 월드컵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이영표 감독은 말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그가 이끄는 FC 액셔니스타(이하 액셔니스타)가 그렇다.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이 팀 선수들은 호방하게 공을 차고 담백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축구의 즐거움을 매순간 만끽한다. 점수로 헤아릴 수 없는 희열과 전율이 땀방울과 함께 솟구친다.

화려한 발재간 덕에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비견되는 최여진은 그 중에서도 열정과 패기가 돋보이는 선수다. 경기장에서 그는 내내 들뜬 표정이다. 경기장에 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처음 골 맛을 봤을 때와 얼굴에 공을 맞았을 때, 심지어 상대팀에 점수를 내준 뒤에도 최여진은 금세 눈을 반짝인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스런 경기를 펼치기 위해 그는 달린다. 최여진뿐인가. 액셔니스타에는 ‘구멍’이나 ‘식스맨’이 없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쓸모를 쉽게 재단하지 않는 뜻이기도 하다. 김재화는 킥력이나 민첩성이 떨어질지언정, ‘압박 요정’이자 ‘최면 요정’으로 활약하며 제 역할을 만든다. 선수들이 서로의 플레이를 존중하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일이다. 그가 경기 초반 자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할 때조차 동료들은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만이 동료애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잠재력을 믿는 것으로 액셔니스타의 팀워크는 완성된다.

‘운동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거나 스포츠 경기를 전쟁에 비유하는 비장함을, 액셔니스타는 산뜻하게 돌파한다. 자신 앞에 닥친 일은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소로 쓴 맛을 삼키는 담대함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배구황제 김연경은 말했다. “표정이 죽어있어! 웃어!!” 그래. 우리는 자주 실패하겠지만 그 실패가 우리를 정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보아라. 이것이 즐기는 자의 위력이다.


FC 액셔니스타, 즐기는 자의 위력 [‘골때녀’ 최애 월드컵⑤]
킥인을 준비하는 정혜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캡처.
‘입덕’을 부르는 순간

FC 구척장신을 위협한 정혜인의 킥인. 센터라인 부근에서 찬 공을 상대팀 골대로 직행시키는 솜씨에 최용수 감독은 식겁했고, 시청자는 심쿵했다. 맹렬하게 날아드는 공보다 더 시선을 끄는 건 거친 숨을 고르며 슛을 준비하는 정혜인의 눈빛이다. 감정을 모두 지운 눈빛,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그저 이글거리는 눈빛, 세상에 오직 공과 자신, 그리고 골대만 존재한다는 듯 결의가 느껴지는 눈빛. 손에 땀을 쥔 채 나는 노래한다. 흔들리는 골망 속에서 네 샴푸 향, 아니 땀 냄새가 느껴진 거야♬

시즌2를 제작해야 하는 이유

액셔니스타는 바쁘다. 최여진은 첫 경기 직전까지도 KBS2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를 촬영해야 했고, ‘혜컴’ 정혜인은 영화 ‘여타짜’ 촬영과 축구 훈련을 병행 중이다. 김재화는 또 어떤가. 그는 영화 ‘모가디슈’를 비롯해 올 여름에만 6편의 영화를 선보였고 그만큼 많은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차기작 ‘밀수’ 촬영도 시작한 상태다. 요컨대 액셔니스타에게 부족한 건 시간이지 실력이 아니다. 실전 경험을 쌓은 액셔니스타가 와신상담하며 복수혈전을 펼칠 수 있도록, 제작진은 속히 시즌2를 제작하라!

주목할 선수

액셔니스타의 골문을 지키는 장진희는 자타가 공인한 ‘운동꾼’이다. 어린 시절 발레를 시작으로 수영, 필라테스, 주짓수 등을 두루 섭렵하다가 급격한 건강 악화 때문에 1년 넘게 운동을 쉬었다고 한다. 훈련 도중 찾아오는 통증에 이를 악물면서도, 장진희는 축구가 즐겁다고 말한다. “재밌어요. 설렌다고 해야 하나. 공이 가까이 있는데 상대 공격수가 올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좋아요.” 이 담대함, 이 호쾌함! 장진희 님이(가) 제 마음에 1골을(를) 넣으셨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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