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개월차 지도자협회, 첫 행보로 “정몽규 사퇴하라”

아시안컵 대참사 직후인 지난 2월 창립된 지도자협회
지난달 법인 섭립 이후 첫 본격 행보로 정 회장 사퇴 요구
“지도자 손으로 한국축구 개혁 이끌고 새 비전 제시하겠다”

창립 3개월차 지도자협회, 첫 행보로 “정몽규 사퇴하라”
지난 4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울산 경기에서 K리그 단일 경기 최다 관중 1위 기록이 나오는 등 최근 프로 축구 인기가 뜨겁다. 사진=김영건 기자

창립 3개월차, 지난달 법인 설립을 마친 신생 단체 ‘한국지도자협회’가 첫 행보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한국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이 한국축구 국제 경쟁령을 실추시켰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이하 지도자협회)는 지난 7일 밤 긴급 성명문을 통해 “현재 한국 축구가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현 집행부의 졸속 행정 때문”이라며 “정몽규 KFA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을 시작했다.

이어 지도자협회는 “집행부가 낙후된 축구 저변을 돌보지 않은 채 오로지 대표팀 성적에만 몰두해왔다”고 직격했는데, 이는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손웅정축구아카데미)이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적했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손 감독은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한국 축구가 병들까봐 걱정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축구는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역대 최고의 ‘황금 세대’가 모두 활약하고 있음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걷고 있다. 특히 국제대회 성적이 처참한데, 올해 2월 카타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역대급 졸전 끝에 0-2 완패를 당하며 탈락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올림픽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사상 첫 패배를 당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대기록 작성도 무산됐다.

지난 7일 밤 긴급 성명을 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 지도자협회는 “거듭된 참사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하면서 “이와 같은 결과를 우려한 축구 지도자들이 오래전부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수차례 KFA에 건의했지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매번 묵살해왔다”고 폭로했다.

이어 지도자협회는 “지난 2013년 출범한 정몽규 회장 체제는 그간 선⋅후배가 함께 공들여 쌓아 올린 한국축구 위상과 자긍심을 10년 사이에 모두 무너뜨렸다”면서 “논란을 빚은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 불투명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 등이 잘못된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직격했다.

한편 축구계 일선에 있는 지도자들이 협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을 갖추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도자협회는 ‘지도자의 손으로 한국축구의 개혁을 이끌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올해 처음 설립됐다.

지도자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설동식 전 제주 유나이티드 유스팀 총감독은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데 집중하느라 운동장 밖 사정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는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를 만들고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을 정 회장과 KFA가 준엄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 회장은 몇몇 대표팀 성과를 본인의 치적으로 포장하려 들지만, 정작 대표팀의 뿌리가 되는 유⋅청소년과 아마추어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는 의지가 없다. 이런 고민 없는 운영이 한국 축구의 수십 년 퇴보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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