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로 오컬트 맛봤다면…감독의 ‘이 작품’ 어때요 [주말뭐봄]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쿠키뉴스가 아껴드릴 테니까요. 격주 주말 찾아오는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파묘’로 오컬트 맛봤다면…감독의 ‘이 작품’ 어때요 [주말뭐봄]
영화 ‘사바하’ 스틸컷. CJ ENM

이단을 파헤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박목사(이정재)는 몇몇 곳에서 보이는 수상한 사슴 그림이 사이비 표식임을 확신한다. 불교에 기반을 둔 이 신흥 종교의 이름은 사슴동산. 경전을 조사하며 탐색 범위를 좁혀가던 그는 강원 영월에서 발견된 한 사체에 사슴동산이 엮인 정황을 발견한다. 한편 불온한 기운을 타고난 쌍둥이 언니로 인해 중학생 금화(이재인)는 순탄치 못한 삶을 산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에게 조금씩 뻗어오는 마수. 우연인지 필연인지, 박목사가 쫓는 사슴동산과 이 어두운 그림자는 같은 곳을 향한다.

‘사바하’ 어땠어?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사바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컬트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하다. 신흥 종교 사슴동산에서 출발한 종교 세계관을 촘촘히 쌓아 올려 극을 점진적으로 끌고 간다.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매력 있어 아쉬움을 남기진 않는다. 사슴동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를 기점으로 조금씩 베일을 벗는 거대한 음모와 ‘그것’의 정체가 맞물려 궁금증을 키운다. 극 흐름을 따라가며 내용을 이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은유와 상징, 직관적 묘사가 균형감 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오싹하면서도 신선해 감탄하고, 예상을 넘는 치밀한 설정들에 놀라다 보면 122분이 금세 지나간다.


감독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한 티가 난다. 기독교와 불교 양쪽의 시선을 담아 독창성을 가미한 게 대표적이다. ‘사바하’ 속 종교 상징물들은 극 흐름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진다. 뱀은 기독교에서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킨 교활한 악을 뜻하는 반면 불교에선 선(善)으로 통한다. 극에서도 마찬가지로 기능해 의표를 찌른다. 감독의 최신작인 ‘파묘’를 봤다면 짧게 지나가는 초반부 굿판이 반가울 수 있다. 화림(김고은)과 마찬가지로 ‘사바하’ 속 무당도 얼굴엔 검은 칠, 입엔 피칠갑을 했다. 실재하는 인물인 듯한 배우들의 열연도 좋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등 주역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양규 장군’으로 친숙해진 지승현 역시 짧지만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호연이 장르에 진심인 메가폰과 만나자 빛을 발한다. 이야기를 한 겹씩 파고들도록 설계한 연출력이 ‘사바하’의 매력이다.

‘파묘’로 오컬트 맛봤다면…감독의 ‘이 작품’ 어때요 [주말뭐봄]
‘K오컬트 장인’으로 통하는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사바하’와 ‘파묘’를 연출하며 두터운 장르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쇼박스 

주목! 이 감독

‘사바하’는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전작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장 감독은 매 작품 종교와 오컬트를 결합,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상업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이 가톨릭교를 다룬 데 이어 ‘사바하’에선 불교에 발 딛고 미스터리 추적극을 꾸렸다. 감독은 ‘검은 사제들’ 개봉 당시 이야기는 없고 캐릭터만 보인다는 지적을, ‘사바하’를 선보였을 땐 이야기가 무거워 캐릭터가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이를 유념하며 만든 게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파묘’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절충안”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파묘’로 오컬트 장르에 입문했다면 ‘사바하’로 심도 깊은 오컬트를 즐기는 것도 권한다. 이미 관람했던 사람도 과거엔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K오컬트 장인으로 통하는 장 감독의 세계에 다각도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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