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리스크에 증권사 실적↓…“올해도 어렵다”

10대 증권사 지난해 순이익 3조4025억, 전년比 17%↓
올해는 ‘해외 부동산’ 추가 손실 우려 “증권사 수익성 하방압력”

부동산 PF 리스크에 증권사 실적↓…“올해도 어렵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이번에도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올해 전망도 순탄치 못하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미래에셋·메리츠·키움·한국투자·삼성·대신·KB·신한투자·하나·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3조4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조1264억원) 대비 17.54% 줄어든 수준이다.

10대 증권사들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896억원으로 전년(1878억원) 대비 107.5% 증가했다. 자산관리(WM) 금융상품 판매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성과가 성장세를 견인한 배경으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도 전년(3029억원) 대비 82.56% 급등한 55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5357억원) 대비 11.5% 오른 5974억원을 기록해 10대 증권사 중 순이익 규모 1위를 달성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5474억원), 대신증권(1563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29.6%, 18.7%의 순이익 오름세를 시현했다.

반면 나머지 증권사들은 모두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0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4125억원) 보다 75.5%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순이익 5900억원을 달성했으나 전년에 기록한 8281억원에 비하면 28.8%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의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7.8%, -13.27% 하락한 2980억원, 4407억원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은 2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 이유로는 부동산 PF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꼽힌다. 지난해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PF 부실 우려는 또다시 부각되는 추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와 관련한 충당금을 대규모 적립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적극 유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도 증권사들은 부동산 관련 손실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부동산 잠재부실에 대한 경고등이 울리고 있어서다. 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성 제고 전망에도 실적 개선을 꾀하기 어렵단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총액은 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형태별로 살펴보면 부동산펀드 및 리츠·지분투자 형태가 8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부동산 PF 리스크에 증권사 실적↓…“올해도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펀드 규모는 8조3000억원에 달한다. 절반 이상의 펀드(4조6000억원)에서 약 40%의 높은 평가손실률을 보였다. 문제는 나머지 3조6000억원가량의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아직 한 번도 손실을 인식하지 않아 손실반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임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해외 부동산의 몰락은 진행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2로 강등했다. 이들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전환기조로 사무공간 수요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해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의 손실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PF 부실위험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부담은 증권사 수익성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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