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당하고 알고도 당한다…청년들의 첫 아르바이트 [쿠키청년기자단]

모르고 당하고 알고도 당한다…청년들의 첫 아르바이트 [쿠키청년기자단]
스무 살 첫 아르바이트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청년들이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는 스무 살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공고 내용과 근무 내용이 다르거나 계약서에 부당한 내용이 있어도 정정 요구를 하기 힘들다.

근로계약서, 휴게시간도 없었던 첫 아르바이트의 기억

정선제(24·남·가명)씨는 성인이 된 지난 2020년 예식장 주차요원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근로 시간이 4시간을 넘어가면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지만, 해당 근무지에서 정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휴게시간 없이 근무했다. 6개월 넘게 근무했지만,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근무 시 하루만 일하더라도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정씨가 관리하는 주차장은 총 3곳으로 지하 주차장과 공용 주차장, 6층 규모의 주차타워가 있었다. 주차타워나 지하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날은 괜찮았지만, 한여름에 그늘 하나 없는 공용 주차장에서 근무하며 물 한 잔 얻어먹지 못했다. 무전기로 ‘물 한 잔만 가져다줄 수 있겠냐’는 부탁에도 사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따로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어 아침에 받은 김밥 한 줄을 근무하며 눈치껏 먹어야 했다. 정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차를 안내하다 보면 목도, 다리도 아팠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 사장은 주휴수당과 휴게시간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결혼식이 끝나고 남은 뷔페 음식을 가져가도록 했다. 사장은 근무자들을 향해 1인당 6만 원이 넘는 뷔페이니, 주휴 수당과 휴게시간 미지급 건을 계산하면 얼추 가격이 맞는다고 말했다. 예식장 손님이 먹고 남은 뷔페를 챙겨가는 것이 유일한 복지였다.

모르고 당하고 알고도 당한다…청년들의 첫 아르바이트 [쿠키청년기자단]
유튜브 ‘사내뷰공업’ ‘알바 처음 구할 때 공감’ 영상 댓글 캡처. 영상에는 경력이 없는 20세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눈떠보니 건강식품 생산 공장” 거짓 공고에 속았던 첫 아르바이트


물류창고 일용직으로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한 김동훈(26·남·가명)씨. 김씨는 20세가 되었던 2018년도를 떠올렸다. 스포츠 브랜드 물류창고 상하차 업무를 지원했지만, 막상 출근한 곳은 건강기능식품 제조 공장이었다.

무거운 상자를 옮기는 일 정도만 생각하고 갔지만, 근무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해당 근무지에서 김씨는 건강기능식품인 환을 만드는 반죽기를 담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난생처음 보는 반죽기에 김씨는 당황했다. 김씨는 반죽기가 멈출 때마다 칼날에 묻은 반죽을 떼어냈다. 반죽의 크기가 워낙 커 몸을 기울여 반죽을 떼어내야 했다. 조심하려고 해도 커다란 칼날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났다. 반죽기가 뿜어내는 열에 한겨울임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김씨는 “난생처음 해보는 일이고, 위험한 반죽기인데도 사전 교육 하나 없이 근무해 일을 하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 업체에 2번 더 속았다. 한여름에 사전 공지도 없이 냉동 음식 창고에 배치된 적도 있다. 천 운동화를 신은 탓에 동상에 걸리고 나서야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김씨는 “차라리 비슷한 물류 창고면 나았을 텐데, 배치되는 곳마다 공고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곳이라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희선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는 “20대 초반 근로자의 경우 기성 근로자에 비해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진정 요구나 정정 요청을 하기 쉽지 않은 심리적, 경제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주가 법 위반을 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이 법 위반으로 인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세하 쿠키청년기자 s2_1110@naver.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