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반려동물 장례식 초대…“어떻게 해야 하죠” [반려된 슬픔②]

지인의 반려동물 장례식 초대…“어떻게 해야 하죠” [반려된 슬픔②]
반려동물 장례식 전경. 독자 제공

“반려동물 장례식에 초대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박모(32)씨는 반려동물 장례 부고장을 받은 지인들 얘기를 듣고 고민이 깊어졌다. 박씨는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발달하고 있어 언젠가 부고장을 받을 날이 올 것 같다”라며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입장에서 반려동물 부고장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며 장례문화도 점점 발달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인간의 장례문화와 비슷해지며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최근엔 반려동물 장례 조의금에 대한 논란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나 해야 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친구가 강아지 장례식장에 오라 길래 조의금은 생각 안하고 갔는데 조의금 넣는 함이 있었다”라며 “당황했지만 서운할까봐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5만원을 인출해서 넣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친구가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부고장을 받았는데 가야하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려동물 장례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권모(29)씨는 “나도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이지만, 반려동물 부고까지 전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장례는 가족끼리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 지인이 반려동물 부고를 보낸다면, 앞으로 관계를 이어가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역시 가족이기 때문에 부고 소식을 전하는 걸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강아지 장례식 초대받으면’이라는 글에 A씨는 “이제 강아지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인식이 더 확산될 것 같다”라며 “오랜 시간 함께한 강아지가 떠나면 그 슬픔은 가족을 잃은 것과 같으니, 조의금을 하는 시대도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B씨는 “친한 지인이 가족을 잃은 거니까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지인의 반려동물 장례식 초대…“어떻게 해야 하죠” [반려된 슬픔②]
반려동물 부고장. 펫포레스트

반려동물 장례문화, 빠르게 정착 중

반려문화 정착에 따라 반려동물 장례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엔 반려동물의 사망과 장례 정보를 알리는 모바일 부고장도 나왔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고 내용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모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선 반려동물 묘지나 동물 장의사, 펫로스 증후군 치료를 지원하는 센터 등 관련 산업이 이미 전문화돼 있다.

과거 국내에선 반려동물이 죽으면 주로 땅에 묻는 매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화장터 등 장례식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반려가구 장례방법은 ‘직접 땅에 매장’이 58.7%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향후 반려동물 장례 방법으로는 ‘화장’이 64.6%로 가장 높았고, ‘직접 땅에 매장’은 18.1%로 크게 줄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시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엔 동물장례업체를 이용하는 반려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31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총 73곳이다.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지난 3년간 30곳이 증가했다. 지난 3일 반려묘 희동이를 떠나보낸 김주연(46)씨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이용했다. 김씨는 “과거 반려동물이 떠났을 때는 부모님 고향 땅에 묻어주는 수목장을 진행했다”라며 “반려동물 수목장이 국내에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최근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필요하지만, 비반려인에겐 이질감이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성일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연구소장은 “비반려인들은 반려동물 부고장을 받고 당황할 수 있겠지만, 반려인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나누고 위로받고 싶은 것”이라 설명했다. 최근 논란된 반려동물 조의금에 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강 소장은 “13년간 반려동물 장례 지도 일을 해왔고 많은 업체와 알고 있지만, 조의함을 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없다”라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반려인들도 대부분 조의금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지인의 반려동물 장례식 초대…“어떻게 해야 하죠” [반려된 슬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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