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화 되는 서울…‘인구 절벽’ 도심 폐교 속출한다는데

시골화 되는 서울…‘인구 절벽’ 도심 폐교 속출한다는데
29일 찾은 서울 광진고 화양초등학교. 화양초는 지난해 3월 폐교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시골도 아니고 서울에 학생이 없어? 여기 땅값이 얼만데, 폐교라니.”

29일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담장 넘어 멈춰선 한 시민이 일행을 향해 깜짝 놀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던 길을 멈춰서 학교를 돌아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1983년 개교한 화양초는 이제 학교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난해 3월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뛰놀던 학교 운동장은 차들이 줄지어 선 주차장이 됐다. 놀이터는 이용하는 아이들이 없어 썰렁했다. 운동장 트랙은 반려동물 산책로로 변했고, 반려동물 배변봉투함만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오후 12시부터 2시간가량 반려견과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위해 운동장을 찾은 주민들, 학교 임대 시설을 찾은 방문객이 간간이 오갔다. 하지만 학교 건물 벽시계는 3시50분에 멈춰 서 있었다.


학교 주변에는 아이들이 다닐 법한 학원은 한 곳도 없었다. 학교 앞 식당과 카페에는 대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원룸’ ‘월세’ 글귀가 적힌 전단도 골목 곳곳에 보였다. 학교 인근 건대입구역은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상권 중 한 곳이다. 학교 주변 유동인구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청년이거나 나이가 지긋한 노인으로 아이들을 보긴 힘들었다. 학교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 어르신이 많은 지역이다. 아이들은 많이 없다”고 말했다.

폐교가 오래 방치되면 범죄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대체로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인근 상인 B씨는 “폐교지만 교육청 부서들이 임대해 좀 들어와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퇴근할 때 문을 폐쇄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소음 같은 것도 없다”고 했다. 반려견과 산책을 위해 운동장을 찾은 주민 C씨도 “산책하기 좋다. 폐교됐지만 주민 입장에서 크게 불편할 건 없다”고 말했다.

폐교 부지에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주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A씨는 “개발되면 조망권 등 이슈로 반대하는 주민도 있는 걸로 안다. 또 성수동 등 주변 시세가 높아져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말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학교 부지에 무엇이 생길지 궁금해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골화 되는 서울…‘인구 절벽’ 도심 폐교 속출한다는데
현재 화양초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 노사 협력과 등 내부 부서들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소재 폐교 어떻게 쓰이나.교육청-서울시 샅바싸움도


서울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라지만,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5년 금천구 홍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폐교했다. 올해 서울에서만 덕수고·도봉고·성수공고 등 3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어서 서울 내 폐교는 7곳으로 늘어난다.

학교 부지를 가진 시교육청은 이미 활용계획을 세웠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염광초는 유아교육진흥원이 이전할 계획이며 공진중은 에코스쿨 설립 진행 절차가 진행 중이다. 도봉고는 인근 도봉초와 특수학교인 도솔학교 초등부의 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성수공고는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성진학교(가칭)와 AI(인공지능)융합진로직업교육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덕수고에는 서울 통합온라인학교(가칭)가 설립된다.

모든 학교 부지가 제 갈 길을 찾은 것은 아니다. 화양초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용처를 결정짓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시교육청은 화양초 폐교 부지에 오는 2026년 ‘화양미래교육문화원’을 건립하겠다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반면 서울시는 청소년 숙박시설인 유스호스텔을 세우는 안을 내세우고 협의 중이다. 시 관계자는 “시교육청 계획과 복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큰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 학교 건물은 시교육청 노사 협력과 등 내부 부서들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운동장은 23칸 주차장과 산책로 등 휴게공간을 구분해 사용 중이다.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폐교하면 교문을 걸어 잠그고 다음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도 있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오래 걸린다”며 “(그동안) 서울 비싼 땅에 있는 폐교를 그낭 둘 수만은 없어 내부적으로 필요한 곳에서 쓰고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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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한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운동장 일부는 주민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학교에 닥친 ‘학생절벽’…폐교 더 늘어난다


앞으로 서울 도심 내 폐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는 5만9492명으로 지난해보다 10.3% 줄었다. 입학 전 국외 이주나 취학 유예 선택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초등학교 1학년 수는 취학 대상자보다 적다.

학교는 학령인구 대상 교육시설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 보육 기능 등을 담당해왔다. ‘학세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활권 형성의 중심시설 역할을 수행해 왔다.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로 구성된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폐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계획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윤서연 서울연구원 박사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서둘러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제별 이해관계 차이를 좁히고 서울시민을 위한 학교시설 활용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교 부지를 성급하게 ‘어떤 시설로 개발하자’는 논의는 사실 어려운 부분”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구추계면 폐교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시설 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시교육청은 폐교 부지 논의를 위해 ‘학교시설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해에는 2~3차례 만나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학교시설협의회 논의를 통해 조만간 화양초에 대한 구체적 용도를 정할 것”이라며 “폐교 부지 활용은 한 기관이 일방통행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협의회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용도를 정하기로 교육청과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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