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정책 이끌 컨트롤 타워 없다…치료·재활 제각각 [약도 없는 마약⑧]

마약엔 치료 ‘약’이 없다. 마약을 끊어야만 호전된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뇌 질환이기 때문에 혼자 힘으론 재발을 막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약’도 없다. 치료·재활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국내 인프라는 열악하다. 해마다 마약 중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마약 치료 실태를 짚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마약 정책 이끌 컨트롤 타워 없다…치료·재활 제각각 [약도 없는 마약⑧]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마약사범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지만, 이에 대응하는 마땅한 컨트롤 타워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종합적으로 정책을 조율할 기구가 없어 마약 관련 부처마다 연계가 어렵고, 예산 배정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마약류대책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마약류 중독자 관계 부처는 총 13곳이다. 마약 관련 수사는 법무부, 대검찰청 등에서 진행하고, 해외 밀수 마약류는 외교부, 관세청, 국정원 등이 관여한다.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14개 부처 차관급 위원이 참여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상설기구가 아니라 한계가 있다.


치료는 복지부, 재활은 식약처…연계 시스템 부재

현재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재활 기관이 둘로 나뉘어 연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 예방 교육, 재활은 식약처가 관할하고, 마약 중독자 치료와 연구는 복지부가 맡고 있는 식이다. 지난 10월11일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마약류 업무) 부서가 이원화된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신질환자를 격리·수용하는 기관인 국립법무병원의 조성남 원장은 “수감된 상태에서 치료받는 기관인 법무병원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석방 후 연계할 수 있는 치료보호기관은 복지부 소관이고 재활센터는 식약처 소관”이라며 “각 기관을 연계할 체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중독전문가협회 12대 회장인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마약사범 단속 역량은 뛰어나지만, 교도소에서 출소한 중독자들이 사후 관리할 수 있는 치료·재활 연계 시스템은 없다”고 짚었다.

마약사범이 출소한 뒤 치료·재활을 잘 받지 못하면 재범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김영호 교수는 “마약 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받지 않으면 재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마약류 사용 장애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안에 문제가 반복될 확률이 6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각 부처와 지자체별로 같은 정책을 따로 진행해 사업 내용이 겹치는 점도 문제다. 마약예방 교육의 경우 주무부처는 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다. 하지만 기소유예자 교육은 법무부, 청소년 교육은 교육부가 맡는다. 여기에 경북교육청은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자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경남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 등 경찰 인력을 투입해 청소년 대상 마약범죄 특별예방 교육을 219차례 실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아주대 약대 교수)은 “현재 총괄 조직이 없다 보니 부처별로 사업 내용이 겹치기도 하고, 서로 어떤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마약류대책협의회 역시 각 부처의 애로사항과 필요한 지원을 논의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인 대구 대동병원의 박승현 부원장도 “마약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분산돼 있다 보니 공과에 대한 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며 “특히 복지부는 치료, 식약처는 재활로 나눠져 있어 소통이 활발하지 않다. 범부처적인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관마다 예산 편차…책임지는 컨트롤 타워 있어야 

기관마다 지원받는 예산에 편차가 커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올해 복지부의 마약류 치료보호기관 예산은 4억1000만원으로 식약처의 마약 관련 예산 174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적다. 복지부가 마약류 치료보호만 담당하고 있어 배정된 예산이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DARC)에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다르크의 명칭은 ‘재활’센터지만, 치료보호로 분류돼 복지부 소관인 상황이다. 임상현 경기다르크 센터장은 “차라리 식약처 소관이었다면, 예산을 충분히 지원받았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르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동안 마약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지만, 지원을 받지 못해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예산이 충분해도 장기적인 정책을 계획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 부처 경계를 넘어 마약 관련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호 교수는 “차관, 국장, 실장급이 참여하는 회의에선 부처별로 책임을 지고 정책을 담당하기 어렵다”면서 “예산만 확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조율할 조직이 없으니 1년 안에 예산을 사용하기 위한 사업만 시행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관련 대책을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나온다. 김영호 교수는 “‘마약청’ 같은 준부처급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수사·처벌을 넘어 예방·치료·재활을 아우를 수 있는 국가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마약청 신설이 어려우면, 국무총리 직할의 행정부 위원회급 규모의 조직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범진 소장은 “마약청을 신설하려면 법안도 제정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마약류 통제 위원회(가칭)’라도 우선 설립해 모든 부처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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