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숨는 ‘여성 마약중독자’…치료·재활 시설도 태부족 [약도 없는 마약④]

마약엔 치료 ‘약’이 없다. 마약을 끊어야만 호전된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뇌 질환이기 때문에 혼자 힘으론 재발을 막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약’도 없다. 치료·재활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국내 인프라는 열악하다. 해마다 마약 중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마약 치료 실태를 짚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편견에 숨는 ‘여성 마약중독자’…치료·재활 시설도 태부족 [약도 없는 마약④]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여성 마약 중독자 비율이 크게 늘었음에도, 성별에 따른 편견으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한 곳도 없는 여성 전용 입소형 마약 재활·치료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13일 대검찰청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여성 마약류사범은 2021년 3818명에서 2022년 4966명으로 30.1% 증가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마약류사범 중 여성 비중은 전체의 20%가 넘는다. 2022년엔 27%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여성 중독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병원이나 시설에서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영남권중독재활센터에서 마약 중독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 중인 정윤수(가명·53)씨는 “여성 마약중독자는 ‘문란하다’는 시선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며 “여성 중독자들이 집 밖으로 나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도 “젊은층 마약사범의 특징은 클럽이나 파티 문화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의해 중독되는 사례가 많고, 성적으로 연결되다 보니 숨어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사회적 여건상 여성 마약사범들의 회복이 조금 더 힘들다”고 밝혔다.

어렵게 단약을 결심해도, ‘여성’이기 때문에 치료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DARC)는 경기, 인천, 대구, 김해 전국 4곳 모두 남성 전용 공동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동안 마약치료를 받을 수 있어 치료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동체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별을 가려 받는다. 

예외도 있다. 경기도 다르크는 지난 5월부터 여성 입소자를 임시로 받고 있다. 여성으로는 처음 다르크 문을 두드린 이소희(가명·27)씨는 21세 때부터 6년 동안 마약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단약을 하기 위해 인천참사랑병원 폐쇄병동에도 입원했지만, 퇴소하자마자 마약에 다시 손을 댄 기억도 있다. 이씨는 “정신병동에 입원해도 단약에 실패한 걸 보니, 내 앞엔 교도소 아니면 죽음 밖에 없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경기도 다르크에 입소한 뒤 7개월간 단약에 성공했다. 이씨가 문을 두드린 이후 여성 중독자 3명이 입소해 단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은 “입소형 시설 중 여성 중독자를 받는 곳은 현재 이곳 뿐”이라며 “여성 입소자들은 방을 따로 마련해 2층 침대를 놓고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남자 공동체인 건 알고 있지만, 도저히 갈 곳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했다”라며 “여성 공동체가 있었다면, 마약 중독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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