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두환 아닌 전두광일까 [다시, 서울의 봄]

박정희 등 실명·실제 다큐영상 놓고 유족과 3년 간 법정 공방

왜 전두환 아닌 전두광일까 [다시,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스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팀…쁘레지던ㅌ…” 배우 황정민의 외침은 끝내 맺어지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홍보 영상. 동료들과 윷놀이를 앞둔 황정민은 팀 이름을 ‘팀 프레지던트’(대통령 팀)라고 정하려다 황급히 입을 막았다. 1979년 12월12일 벌어진 군사 반란을 다룬 이 작품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인물은 전두광. 전두환을 바탕으로 했지만, 실제 인물과 영화 캐릭터를 직결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두환의 오른팔 노태우도 극 중에선 노태건으로 등장한다. 왜일까.

반란군·진압군 맞선 광화문 대치, 실제론 없었다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역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걸 포기하는 대신 창작자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실존 인물들 이름을 바꿨다고 했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되 여러 상상과 해석을 넣어 ‘서울의 봄’을 완성했다고도 했다. 영화적 상상력이 발휘된 대표적인 장면이 반란군과 진압군의 광화문 대치다. 영화 막바지, 전두광이 이끄는 반란군은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에서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이태신(정우성)과 대치한다. 이태신을 필두로 반란군 100여명이 반란군 근거지에 포격을 준비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실제 역사에도 전두환 세력에 맞섰던 인물은 있었다.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장태완이다. 장 사련관은 12월13일 새벽 행정 병력 등 비전투병까지 소집해 출동을 준비했으나 전두환과 대치하진 않았다. 비서실장 김수탁 중령 등 참모들의 만류가 이어져서다. 반란세력 사이에선 장 사령관을 사살하라는 무전이 오갔다고 한다. 장 사령관은 2006년 시사저널이 공개한 육필 수기에서 “직감적으로 ‘이제 수도경비사령부는 내 부대가 아니고, 내 부하들이 아니다. 취임한 지 불과 24일 만에 나의 부대라고 믿었던 내 생각부터가 착각이었다’고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비서실장 건의대로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이후 장 사령관은 수도경비사령부로 돌아갔다가 체포됐다.

왜 전두환 아닌 전두광일까 [다시,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스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공수혁(정만식) 특전사령관 곁을 홀로 지킨 오진호(정해인) 소령은 김오랑 소령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1979년 12월13일 반란세력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한다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실로 들이닥쳤다. 그때 정 사령관과 함께 있던 이가 김 소령이다. 김 소령은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실탄 여러 발을 맞고 사망했다. 영화에서도 오진호가 피신을 명령하는 공수혁에게 “사령관님 혼자 계시면 적적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그와 마지막을 함께한다. 오진호를 사살한 박수종(이승희)은 그와 절친한 사이다. 실제 김 소령도 가까운 선후배 사이였던 박종규 중령의 총탄을 몸에 맞았다.

실명 썼다 법적 분쟁, ‘그때 그 사람들’

영화가 실제 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고 허구를 가미한 것이 법적 분쟁의 소지를 피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정희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은 박정희 등 실명을 거론하고 실제 다큐멘터리 영상을 삽입했다가 박지만 등 유족과 3년간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박지만 측은 “영화가 아버지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해 작품에 삽입된 다큐멘터리 장면을 지운 채 상영해야 했다. 이후 제작사가 이의 신청을 하고 박지만이 본안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싸움이 길어졌다.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 금액 5억원중 1억원을 박지만에게 보상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영화상영금지 청구는 기각했다.

소송은 양측의 항소로 길어졌다. 영화사와 박지만 측은 2008년 2월 민사 조정에 합의했다. 제작사는 ‘그때 그 사람들’에 ‘이 영화는 역사의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세부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모두 픽션입니다’란 자막을 넣고 영화 속 등장인물과 그 가족들이 입었을 피해에 유감을 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지만은 제작사에 1억원을 돌려주고 조정 조항 외 별도 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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