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월급 반토막…“육아휴직, 꿈도 안 꿔요” [금보다 귀한 자식①]

1년 넘게 월급 반토막…“육아휴직, 꿈도 안 꿔요” [금보다 귀한 자식①]
쿠키뉴스 자료사진

# 지난해 결혼한 30대 회사원 김신혼(여·가상인물)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임신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아이를 낳으면 맡길 곳이 없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달아 쓰고 첫돌까지 직접 양육할 계획이다. 김씨의 연 소득은 4020만원, 월 소득은 300만원(세후) 수준. 하지만 출산·육아휴직을 내기 망설여진다. 정부가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도 육아휴직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식구 1명이 늘어나고 소득이 줄어드는 건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혼 청년과 무자녀 신혼부부들에게 결혼, 출산이 경력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통계’를 통해 맞벌이 부부 평균 소득(연 소득 8040만원)을 기준으로 한 가상인물 김신혼씨를 통해 출산·육아휴직 급여의 평균적인 현실을 살펴봤다.


김씨가 출산을 하면 고용보험에서 출산휴가 급여(통상임금의 100%)가 지급된다. 다만 상한액은 210만원. 근로기준법(우선지원 대상기업 기준)에 따라 90일(다태아 120일)의 출산전후 휴가를 쓸 수 있지만, 최초 2개월만 회사에서 기존 월급와 출산휴가 급여의 차액을 지급한다. 마지막 달은 차액분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급여는 1년간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한다. 하지만 김씨 월 급여의 80%(240만원)가 아닌 상한액 월 150만원(하한액 월 70만원)을 받게 된다. 그마저도 사후지급금(육아휴직 중인 근로자가 휴직 중 급여의 75%를 받고, 복직 후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만 나머지 25%를 받는 제도)을 빼고 월 112만5000원을 지급받는다. 이렇게 1년간 출산·육아휴직 과정을 거칠 경우 연 소득을 계산하면, 기존 급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822만5000원이 된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포함하면 길게는 1년 넘게 반토막 난 소득으로 생활해야 하는 셈이다.

“육아휴직, 빠듯한 생활비에 적금 깼다”

현실 직장인들도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최근 출산한 박모(34·여)씨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복직할 계획이다. 고소득자인 박씨의 소득이 줄면 그만큼 가정에 타격에 크기 때문이다. 김모(36·여)씨는 1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출산 5개월 만에 조기 복직했다. 그는 “소득이 높지 않은 맞벌이 부부라 육아휴직 급여로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했다”며 “돈 때문에 너무 어린애를 기관에 맡기고 회사에 가야 한다는 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임신 계획을 할 때 이런 상황을 자세히 알았다면 고민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부 이모(35·여)씨도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육아휴직을 일부만 쓸 예정이다. 이씨는 “첫째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할 때 주택담보대출 이자·원금, 보험료, 생활비 등 돈이 나갈 곳은 그대론데 소득만 줄었다”며 “첫돌까지는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1년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이 빠듯했다. 예적금까지 전부 깨고 조기 복직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들 역시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등 어려움이 많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9·남)씨는 “육아휴직은커녕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서 주어진 출산휴가 10일 중 3일밖에 못 썼다”고 말했다. 세 아이를 둔 박모(40대·남·회사원)씨도 “육아휴직을 연장하다 생활비가 쪼들려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1년 넘게 월급 반토막…“육아휴직, 꿈도 안 꿔요” [금보다 귀한 자식①]
사진=임형택 기자

“집·저축 등 준비돼야 출산”

결혼과 출산을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쿠키뉴스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8%가 “출산 계획을 세우는 데 주거·저축 등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11.1%, ‘조건이 없다’는 2.1%였다.

특히 ‘출산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소득층이 많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 600만원~800만원 98.8%, 800~1000만원 90.6%, 1000만원 이상 고소득층 95.7%가 출산 조건 필요성에 공감했다. 400~600만원 중산층 91.3% 역시 출산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0~400만원 78.0%,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82.1%가 출산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득은 임신과 출산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응답자 83.1%가 현재의 소득과 지출 규모가 임신과 출산 계획에 절반 이상의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위드리서치 김정훈 조사연구센터장은 “경제적 부담이 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정부의 포괄적인 경제적 지원이 출산율 증가에 도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월급 반토막…“육아휴직, 꿈도 안 꿔요” [금보다 귀한 자식①]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정부도 육아휴직 급여 상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최근 육아휴직 한 달 급여 상한선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안을 실현하려면 재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육아휴직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이미 3조원 넘게 적자인 상황이다.

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육아휴직 기간 소득 대체율은 44.6%으로 집계됐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유럽의 육아휴직 소득 대체율은 70~80% 이상이다. 외국 연구에 따르면 급여가 오르면 출산율 상승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나면 경력 단절이 심해지고, 소득 대체율이 낮으면 육아휴직을 쉽게 못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급여만 높인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 계약관계에 있는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라며 “먼저 육아휴직이 불편하지 않은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은 대체로 사측이 직원의 육아휴직을 ‘권리’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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