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결혼’하실 건가요? [요즘 신혼부부⑪]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실 건가요? [요즘 신혼부부⑪]
청첩장과 결혼반지. 사진=조유정 기자


요즘 결혼은 선택이다. 청년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고, 긍정적이지도 않다. 결혼에 부정적인 이유는 자금 부족, 사회적 불안정, 주거난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난관을 뚫고, 결혼을 선택한 신혼부부들도 있다. 한때 예비부부였던 신혼부부들에게 물었다. “결혼, 다시 태어나도 하실 건가요”

“결혼식, 이전처럼은 안 할래요”

결혼은 다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은 안 한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마주치는 ‘추가금 문화’와 인생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했던 ‘비싼 선택’ 등은 신혼부부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결혼식을 준비한다면 비용을 절감해 최소한으로 준비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53.5%에 달했다.

“다시 결혼하면 결혼식을 간소화할 거예요. 하루 행사에 몇천만원을 쓸 바엔 집을 사는 데 보태고 싶어요. 나중에 아이를 낳은 뒤 2년 동안 도우미 비용으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 배모(36‧결혼 8년차)씨

“스튜디오 촬영 대신 스냅사진을 선택할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 보면, 결혼 과정은 허례허식이 가득했어요. 그중 스튜디오에 쓴 비용이 제일 아깝다고 생각해요. 스드메 계약을 했는데, 계속 발생하는 추가금(원본비‧스태프 간식비 등)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원본 비용을 추가로 내고 사진을 받았지만, 결국은 안 보게 되더라고요.” - 박모(31‧결혼 1년차)씨

“결혼반지와 신혼여행 비용을 간소화할래요. 어쩌면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란 생각에 비싸고 좋은 것을 선택한 것들이 적지 않았어요. 결혼반지는 결혼 이후에도 값어치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간소화하고 24K 순금으로 할래요. 신혼여행도 이때 아니면 언제 가겠냐는 생각에 왕복 약 40시간 걸리는 아프리카에 갔는데,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가까운 동남아에 길게 갈래요.” - 이모(38‧결혼 5년차)씨

“내 집 마련을 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집을 매매한 뒤 결혼한 부부들을 보니 시작부터 ‘내 집’을 꾸려가는 과정이 좋아 보였어요. 대출금 등 힘든 점도 있겠지만, 집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해 보였고요. 그래서 결혼 준비를 다시 할 수 있다면 매매하는 법을 공부해서 신혼집을 마련하고 싶어요.” - 한모(32‧결혼 1년차)씨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실 건가요? [요즘 신혼부부⑪]
기혼들이 바라본 요즘 결혼. 디자인=이승렬 디자이너


“고민? 결혼 이후가 진짜 시작”

결혼이 끝이라고? 동화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 그러나 현실에선 결혼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결혼 전에는 결혼식과 관련한 선택의 문제가 많았다. 결혼 이후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과 ‘육아’ 문제에 직면한다.

“집과 육아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동물들도 둥지를 짓고 짝을 찾은 뒤 애를 낳죠. 집이 있어야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잖아요. 정부 정책은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집을 살 수도 있는 권한을 줄 수 있다’라는 애매한 상황이죠. 또 아이를 키우기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해요. 돈을 벌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데, 정부는 육아에 겉핥기식 도움만 주고 있죠.” - 고모(35‧결혼 3년차)씨

“매일 매 순간,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과 아이 없이 둘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저울질해요. 출산과 육아를 하기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산모 나이와 양육 자금 등을 고려해 1~2년 안에는 결정하려 해요.” - 안모(32‧결혼 3년차)씨

“자녀 계획이 가장 고민이에요. 한 명까지는 서로 합의가 된 상태지만, 부부 모두 커리어에 욕심이 있어서 그 이상을 낳을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 한모(32‧결혼 1년차)씨

“네, 그래도 결혼할래요”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들의 비율은 지난해 5월 기준 36.4%(통계청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로 10년 전보다 20.1%포인트 감소했다. 그럼에도 쿠키뉴스가 만난 7쌍의 기혼 부부는 모두 ‘다시 결혼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결혼식 과정이 아쉽긴 하지만, 그들에게 ‘결혼’의 의미는 긍정적이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분명해요. 예식장부터 상견, 스드메, 신혼여행, 신혼집 등 비교와 선택의 연속이었죠. 그럼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억대의 돈도 빌려보고, 계약하고 많은 것을 결정하는 시간들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어요. 또 나름 재밌게 준비한 기억도 있고요. 다시 이런 과정을 겪으며 결혼할 거예요.” - 이모(38‧결혼 5년차)씨

“결혼이라는 대장정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의 취향, 가치관, 문제해결 방식을 배웠어요. 결혼식에서 가족, 친지 지인들과 함께 모여 새로운 출발이란 의미를 나누기도 했고요. 결혼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도 많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비슷한 선택을 하고 결혼할 것 같아요. 새 출발인 만큼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인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 한모(32‧결혼 1년차)씨

“다음 생에도 결혼은 할 것 같아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많은 돈이 들었고 부모님께 손도 벌려 죄송하기도 하지만, 배운 점도 많았어요. 결혼은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박모(31‧결혼 1년차)씨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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